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국회 예산 정국 이후 첫 행보로 호남을 택했지만, 반발 여론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는 모습이다. 바른정당과의 연대와 통합 논의에 반발 여론이 높은 호남을 방문해 직접 승부를 보겠다는 결연한 각오가 엿보였지만, 여전히 당원 간 갈등의 골은 큰 것으로 드러났다. 안 대표는 ‘호랑이굴’에 직접 들어가 호남 여론을 적극 수렴하겠다는 의지로 광주·전남을 찾았지만, 대부분 시간을 바른정당과의 통합론을 강조했다.

9일과 10일 이틀째 광주·전남을 방문중인 안 대표는 당원과 지지자들을 상대로 바른정당과의 연대·통합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토론회장 안팎에서는 바른정당과의 통합에 반대하는 일부 당원과 안 대표 지지자들 간 몸싸움이 벌어졌고, 국민의당 박지원 전 대표는 계란 세례를 받았다.

안 대표는 10일 광주시 동구 조선대 서석홀에서 당원 등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국민의당의 연대와 혁신을 위한 토론회’을 열었다.

이날 토론회에는 최경환 광주시당위원장 직무대행, 국민의당 송기석 의원과 광주시의회 의원 등이 참석했을 뿐 호남권 중진 의원으로 분류되는 천정배·박주선·김동철 의원 등은 얼굴을 보이지 않았다.

토론회는 안철수 대표와 조정관 전남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지병근 조선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김동헌 광주경실련 사무처장이 토론자로 나섰다.

안 대표는 인사말을 통해 바른정당과의 통합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선거연대는 총선에서 가능하지만, 한 선거구에서 여러 후보를 뽑아야 하는 지방선거에서는 상황이 다르다”면서 “바른정당은 적폐세력이 아니며, 결국 대안은 바른정당과의 연대 및 통합이다”고 주장했다.

특히 안 대표는 국민의당을 정상화할 비전을 제시하면서 바른정당과의 연대·통합을 우회적으로 역설했다. 그는 “국민의당의 3가지 비전은 지난 30년간 계속된 지역구도를 극복하고, 변화하지 않는 정치 이념에서 탈피해야 하며, 인물교체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면서 “이를 위해서는 새로운 인물이 합류할 수 있는 그릇을 만드는 작업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연대·통합 과정에서 지적되고 있는 바른정당의 정체성 문제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안 대표는 “바른정당이 영남당이라고 하는데 11명 국회의원 중 7명이 수도권이며, 1명은 호남, 영남은 3명 뿐이며 바른정당은 적폐세력이 결코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토론자로 나선 조선대 지병근 교수는 “국민의당의 지지율이 오르지 않고 있는데 국민이 원하지 않는 일을 하면 당의 지지율은 오르지 않는다”면서 “신뢰가 이뤄진 정당과 통합해야 하며, 과거 통합진보당 통합 과정처럼 이질적인 정당 간 통합이 실패로 끝난 경우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날 토론회에 앞서 바른정당과의 통합에 반대하는 국민의당 일부 당원들이 행사장 입구를 막고 “도덕성을 상실한 지도자를 따를 수 없다. 안철수 탈당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안 대표 지지자들과 한동안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앞서 지난 9일 무안에서 열린 지역 당원 간담회에서도 안철수 대표는 통합론을 통한 당 외연 확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비공개로 진행된 이 간담회에서 안 대표는 “3등만 계속하면 사라질 수밖에 없어 2등, 더 나아가 1등이 될 비전과 포부를 가져야 하지만 외연 확대 방법이 많지 않다”며 “더 좋은 방법이 있으면 이 자리에서 말해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광주·전남 방문에서 안철수 대표는 고 김대중 대통령의 정신이 계승하겠다는 자신의 생각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안 대표는 10일 오전 목포 김대중노벨평화상기념관에서 열린 제1회 김대중마라톤대회 개막 행사에 참석했다. 이날 안 대표는 “김대중 대통령이 당을 창당하면서 ‘합리적 중도 개혁 노선’ 강조했는데 이 노선을 가져오는 게 나의 생각이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김대중마라톤대회에 참석한 박지원 전 대표가 안 대표를 지지하는 60대 여성으로부터 계란 세례를 받았다.

/오광록기자 kroh@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