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낙태문제를 공론화하면서 광주 종교계와 유림, 시민단체에서도 찬반양론이 거세다.

본질적으로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자기결정권’ 중 어느 한 쪽도 가볍게 볼 수 없고 명쾌한 답을 내기 힘든 논쟁적 사안이어서다.

7일 천주교광주대교구와 지역 여성단체 등에 따르면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지난달 26일 낙태죄 폐지 청원에 대한 답변에서 “내년에 임신중절 실태조사를 재개하겠다”고 밝힌 이후 광주지역내에서 낙태죄 폐지와 관련해 찬반의견이 엇갈리는 등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천주교회는 낙태죄 폐지에 대한 심각성을 느껴 지난 3일부터 ‘낙태죄 폐지 반대 100만인 서명운동’에 돌입했으며, 천주교광주대교구 역시 낙태죄 폐지 서명운동을 7일부터 시작했다.

김희중 천주교광주대교구대주교(한국천주교주교회의의장)와 사제, 수도자, 직원들은 이날 오후 4시부터 광주시 서구 쌍촌동 천주교광주대교구청 비움의 십자가 앞에서 ‘낙태죄 폐지 반대 100만인 서명 운동’에 들어갔다.

천주교광주대교구는 이날 “낙태는 무고한 생명을 직접적으로 죽이는 일이고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으므로 낙태죄 폐지를 강력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역유림 역시 낙태죄 폐지에 대해 반대 입장이다. 광주향교 박준규 사무국장은 “‘신체발부 수지부모(身體髮膚 受之父母)’라는 옛말이 있듯이 부모에게 물려받은 자신의 몸을 지켜야하는데 몸을 상하면서까지 생명을 죽이는 행위는 말도 안 된다”고 주장했다.

지역 여성단체와 일부 시민단체는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선택권을 주장하며 낙태죄 폐지를 촉구하고 있다.

전남대학교 페미니스트 모임(F;ACT)은 최근 전남대학교 인문대 벤치에 부스를 마련하고 재학생들에게 낙태죄 폐지의 당위성을 알리고 있다. 이들은 또 광주고속버스터미널 앞에서 현수막 등을 걸고 “국가가 여성의 몸을 통제할 권리는 없다. 국가가 여성의 몸을 통제하는 형법인 269조 낙태죄를 폐지하라”고 주장했다.

전남대학교 페미니스트 모임 김동영 회장은 “사회가 여성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면서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여성이 낙태죄로 고통받고 있다. 원치 않는 출산으로 발생하는 비극은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여성민우회 김효경 사무국장도 “중요한 것은 낙태죄의 폐지 여부가 아니다. 여성의 인권 문제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헌법재판소는 지난 2월 낙태죄 조항인 형법 269조 1항과 270조 1항이 위헌인지를 확인해 달라는 헌법소원 사건을 접수해 심리하고 있다. ‘자기낙태죄’로 불리는 형법 269조 1항은 임신한 여성이 낙태한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2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한다는 내용이다. 270조 1항은 의사가 임신한 여성의 동의를 받아 낙태한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으로 처벌하는 ‘동의낙태죄’ 조항이다.

/김한영기자 young@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