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간 공항’ 지위를 잃게 된 무안국제공항에 또 다른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전북 새만금국제공항 사전타당성 용역비 5억원이 국비 예산에 반영됐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호남권 항공 수요가 한정돼 있는 상황에서 1시간도 채 걸리지 않는 가까운 거리에 또 하나의 공항을 추진하는 것은 양 공항 모두의 공멸을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7일 국회 등에 따르면 내년 국비 예산에 새만금국제공항 사전타당성 용역비 5억원이 반영됐다. 당초 정부안에는 반영되지 않았는데 막판 정치논리에 따라 5억원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북도는 최대 현안 사업인 국제공항 건설의 토대를 마련했다며 환영했다. 전북도는 그동안 광역도 가운데 전북에만 국제공항이 없고, 2023년 세계 잼버리 성공 개최를 위해 국제공항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무안공항과 가까운 거리인 전북 새만금에 국제공항이 추진되면 서남권 거점공항인 무안공항의 입지는 좁아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무안공항은 지난 2007년 서남권 거점공항으로 개항했다. 무안공항은 공주 등 충남 일부 지역과 호남권 등지의 여객이 주고객이다. 하지만 가까운 곳에 새만금공항이 들어서면 무안공항은 타격을 입을 수밖에는 없다. 수요가 겹치기 때문이다.

특히, 호남고속철도(KTX) 무안공항 경유 노선이 확정되면서 익산∼무안공항 간 소요시간은 40여분에 불과해졌다. 40분 거리에 또 하나의 국제공항을 건설할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가 차원의 공항 수요를 감안하더라도 호남권에 2개의 국제공항이 운영되는 것은 경제적 타당성이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분석이다.

세계 잼버리 성공 개최를 위한 당위성 주장도 비약됐다고 지적했다. 세계 잼버리 대회는 1회성 행사에 불과한데다, 2023년 대회 개최 전까지 국제공항 건설은 시간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타당성 조사→예비타당성 조사→예산 반영 등을 거쳐야 하는 탓에 최소 7∼8년은 소요된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무안공항을 통해 중국과 동남아 등지를 여행하는 승객의 20∼30%가 전북지역임을 감안할 때 무안공항의 국제선 노선은 타격이 불가피하다”며 “국제공항으로서의 위상도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남도 관계자는 “새만금공항 사전타당성 예산이 국비에 포함된 것은 무안공항 활성화에 전력하고 있는 전남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며 “하지만 공항 건설은 공항개발 중장기종합계획에 들어있어야 가능하다”고 말했다.

/박정욱기자 jw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