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색조’ 조계현의 또 다른 변신. 이번에는 ‘호랑이 군단’의 단장이다.

KIA 타이거즈가 6일 조계현(53) 수석코치를 신임 단장으로 임명했다. KIA는 앞서 4일 자로 허영택 단장을 부사장으로 승진시키면서 신임 대표이사 자리를 맡겼다.

이에 따라 3년 재계약에 성공한 김기태 감독을 비롯해 올 시즌 ‘V11’을 이룬 주역들이 신임 대표와 단장 그리고 감독으로 또 다른 우승 합작에 나서게 됐다.

조 신임 단장은 군산상고와 연세대를 졸업한 뒤 1989년 ‘호랑이 군단’의 일원이 됐다. .

현역 시절 변화무쌍한 공을 던지며 ‘팔색조’라는 애칭으로 사랑을 받은 그는 1989년, 1991년, 1993년, 1996년, 1997년 한국시리즈 마운드에 오르면 우승반지를 꼈다.

삼성 라이온즈와 두산 베어스를 거친 조 신임 단장은 2003년 친정으로 돌아와 투수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삼성, 두산, LG 트윈스에서 지도자로서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2012년에는 LG 사령탑에 오른 김기태 감독을 보좌하며 수석 코치로 ‘동반자’가 됐다. 이후 2015시즌부터는 고향팀 지휘봉을 잡은 김기태 감독과 수석코치로 호흡을 맞추며, 타이거즈에서 6번째 우승 반지를 품었다. 두 사람은 앞으로 3년 간 감독과 단장으로 ‘동행’한다.

KIA 관계자는 “야구인 출신 단장 선임으로 전문성을 강화한 인사”라며 “풍부한 지도자 경력을 바탕으로 장기적 관점에서 팀을 운영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KIA는 허영택 단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임명하면서, 기아자동차 박한우 대표이사의 KIA 대표이사 겸직을 해제했다. 앞선 인사에 따라 첫 전임 대표체제가 이뤄진 가운데 타이거즈 사상 첫 야구인 출신 단장까지 탄생하면서 KIA는 ‘완벽한 명가 재건’을 위한 출발선에 서게 됐다.

새로운 변신을 하게 된 조 신임 단장은 6일 “타이거즈 본능을 깨우는 데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어제 오후에 전화를 받았다.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것이라서 당황스러웠다. 준비가 안 되고, 전혀 생각도 안 해본 상태에서 제안을 들어서 마음의 안정이 필요했다”며 웃은 조 신임단장은 “일은 현장감은 있으니까 크게 어려운 부분은 없을 것 같았다. 또 구단의 큰 틀이 있으니까 가교 역할을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프런트에서 경험을 하고, 어떤 생리로 돌아가는지 아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단장직을 맡게 된 소감을 말했다.

타이거즈의 레전드로 무시무시했던 왕조 시절을 보낸 그는 올 시즌 우승을 발판 삼아 KIA를 예전의 강팀으로 만드는 데 공을 들일 생각이다.

조 단장은 “주변에서 관심을 가지고 도와주시면 좋겠다. 처음 하다 보면 길을 가다가 옆길로 샐 수도 있고 실수도 할 수 있다. 문제가 있으면 이야기하고 바로 잡고, 의논하면서 가겠다. 내가 단장으로 있는 동안은 가을 시리즈는 계속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밑에서 보고, 성장한 선수들에게 호랑이는 이렇게 강하구나 이런 생각이 들게 하고 싶다. 옛날의 강했던 분위기를 심어주고 싶다. 강제가 아니라 스스로 생각해서 움직이게끔 만들고 싶다. 단장도 여유 있게, 뒷짐 지고 야구를 볼 수 있는 팀을 만들겠다(웃음)”며 각오를 언급했다.

/김여울기자 wool@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