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전인 2009년 프로야구는 KIA 타이거즈 나지완으로 설명할 수 있었다.

이해 정규시즌의 대장정과 한국시리즈의 숨 막힌 경기 모두 나지완의 방망이에 끝이 났다. 더 물러설 곳 없던 한국시리즈 7차전. 5-5로 맞선 9회말 1사에서 나지완은 SK 채병용의 직구를 공략해 잠실 외야를 갈랐다. 외야 좌측 상단을 때린 공은 2009 시즌의 종료를 알린 끝내기 홈런이 됐다.

한국시리즈 역사에 꼽는 명장면의 주인공이었던 대졸 2년차 나지완은 2017년 다시 한국시리즈 무대에 섰다. 그사이 많은 것이 달라졌다. 어느새 팀의 중고참 선수가 된 그는 FA 신분으로 타이거즈에서의 두 번째 한국시리즈를 맞았다.

2009년 한국시리즈 7차전에서 결정적인 홈런 두 방으로 MVP에 등극했던 그는 이번에는 화려한 주인공은 아니었다. 3차전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됐던 그는 자신에게 기회가 오기를 기다렸다. 길어졌던 기다림은 9회까지 계속됐다.

4-3으로 쫓긴 9회 2사 2루가 나지완에게 주어진 기회였다. “감독님께서 찬스 때 나갈 것이라고 하셔서 잘 준비하고 있었다”고 말한 그는 “방망이를 짧게 잡고 때리는 데 주력했다. 맞추는 데 집중했다”고 말했다. 결과는 자신의 한국시리즈 세 번째 홈런이자 두산의 추격 의지를 꺾는 쐐기포였다. KIA는 이후 연승을 달리며 5차전에서 한국시리즈를 종료시켰다.

나지완은 모든 조명을 한 몸에 받았던 2009년보다 더 기분 좋은 우승이라고 말한다.

나지완은 “이번 우승이 더 기뻤다. 어려운 순간도 있었고, 고비도 있었지만 우리 동료들이 잘 버티고 이겨내고 맞은 순간이다. 또 2009년에는 막내로 정신없이 우승을 했었다. 이번에는 중고참 선수로 팀에서 기대하는 역할도 있고 욕심도 있었다. 부담도 있었는데 좋은 결과가 나와서 기쁘다”고 말했다.

2009년 리그를 대표하는 좌타자 최희섭을 앞에 두고 뒤에서 클린업트리오 역할을 했던 나지완은 올 시즌에는 또 다른 좌타자 최형우에 이어 공격의 허리를 이었다. 배울 점 많은 두 선배를 지켜보면서 자신의 야구에도 힘을 더 실을 수 있던 2009년과 올 시즌이다.

까다로운 4번 타자에 이어 나지완이 조용히 제 몫을 해주면서 피해갈 수 없는 KIA의 타순이 구축됐다.

강렬하지는 않았지만 매년 꾸준하게 순수 타이거즈 선수로서의 기록을 쌓아가고 있는 나지완은 시즌 마지막 시리즈에서 3할을 확정하면서 ‘3할 군단’에 이름을 넣었다. 27개의 공을 담장 밖으로 넘기면서 지난해 25개를 넘어 자신의 개인 최다 홈런 기록도 경신했다. 2008년 입단 후 타이거즈에서 터트린 홈런은 모두 172개. 94타점도 수확하면서 그는 ‘모범 FA’가 됐다.

지난겨울 나지완은 화제의 FA였다. 예상보다 빠른 발표 그리고 4년 총 40억원(계약금 16억원, 연봉 6억원)이라는 기대보다는 낮은 금액으로 눈길을 끌었다. 다른 구단의 러브콜도 있었지만 나지완은 타이거즈 선수를 선택했다.

그리고 타이거즈에서 두 번째 우승을 이룬 그는 지난 2일 결혼식도 올렸다.

9일 각별한 동료 안치홍과 윤석민이 나란히 결혼식을 올리는 만큼 나지완은 두 사람의 결혼식에 참가한 뒤 하와이로 신혼여행을 떠날 예정이다.

나지완은 “이곳에서 많은 곳을 이뤘다. 다른 곳에서 새로 시작하고 적응하는 것도 부담이었다. 타이거즈 선수로 꾸준하게 활약을 하며 이름을 남기고 싶다. 팀의 통합 우승으로 기분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가장으로서의 책임감도 들고 개인적으로도 많은 의미가 있는 해인 것 같다. 내년에도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여울기자 wool@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