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웹툰에 있어 초강대국입니다. 우리나라 웹툰은 세계적으로 강력한 힘을 갖고 있고 탄탄하게 성장하고 있어요. 앞으로 한국이 전세계 만화시장을 선도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지난 22일 광주시 서구 치평동 라마다 플라자 광주호텔에서 열린 제5기 광주일보 리더스아카데미에서 만화가 박재동이 강사로 나섰다.

박씨는 이날 강의에서 ‘약동이와 영팔이’, ‘아짱에’, ‘녹의 여왕과 라이파이’ 등을 소개하며 만화의 변천과정과 함께 발전방향에 대해 이야기했다.

박 씨는 시사만화가로 유명하다. 그는 1953년 경남 울산에서 태어났다. 울산에서 태어난 그가 10살 될때 부산으로 간 부모가 문을 연게 만화방이었다.

“우리 집이 만화방이었으니 그때부터 대학시절까지 쭉 만화와 함께했어요. 만화방 아들이니까 당연히 만화를 많이 봤는데 어린 시절에 본 작품들은 너무 재미있어서 지금도 생생히 기억에 남아요. 또, 만화를 워낙 많이 보다 보니, 나중에는 책 귀퉁이에 있는 선만 보고도 누구 작품인지 알게 될 정도가 되었죠. 1년이면 7000여 권정도의 만화책을 봤는데 만화 내공은 저를 따라올 사람이 없을 거예요.”

만화방 아들로 태어나 밥 먹듯 만화를 보고 그리던 청소년기의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그는 한국 시사만화, 시사 애니메이션의 새 장을 열었다. 서울대 회화과를 졸업하고 휘문고·중경고 등에서 미술교사 생활을 했다. 1988년 한겨레신문사 창간멤버로 한국 시사만화 역사에서 ‘한겨레 그림판’을 8년 동안 책임진 중요 시사만화가로 꼽힌다. 현재는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며 10년째 부천국제만화축제 운영위원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초기 만화책에는 그림도 있고 글도 있어요. 만화라기보다는 그림소설이라고 할 수 있죠. 그 당시에는 불경이나 성경 등에나 그림을 실었어요. 시간이 지나고 인쇄술이 발달하자 만화도 발전한 거죠. 박기당의 ‘만리종’을 보면 최초로 말풍선이 등장해요. 이는 출판 문화사에 어마어마한 혁명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리고 박영진의 ‘약동이와 영팔이’에서 현대의 만화형식이 완성됐죠. 이후 김산호의 ‘녹의 여왕과 라이파이’에서 장면의 스케일이 커졌어요. 만화의 컷이 커지고 영화 같은 연출이 들어오기 시작한 거죠.”

그는 “어렸을 적 어린이날만 되면 만화책은 사회악이라며 모아 불태웠던 기억이 난다”며 “이것은 북한이야기, 저것은 남녀상열지사라며 만화에 대한 검열이 심했다. 이로 인해 아이들의 상상력이 닫혀버렸다”고 말했다.

“이러한 검열과 사회적 편견 속에서도 우리나라 만화는 죽지않고 살았어요. 왜그럴까요? 우리나라 만화가들은 핍박과 검열 속에서도 만화를 사랑하고 그림을 그리는 것 자체를 사랑했기 때문이에요. 시대가 변하고 청소년 보호법이 생기고 만화에 대한 단속법이 강화되자 만화의 다른 형태인 웹툰이 생겨났습니다.”

박씨는 인터넷의 발전과 함께 웹툰이 새 시대의 강력한 문화가 됐다고 설명했다. “웹툰은 어마어마한 시장을 가지고 있어요. 누구나 볼 수 있고, 누구나 만화가에 도전할 수 있죠. 또, 번역만 하면 얼마든지 널리 퍼질 수 있어요. 결국, 웹툰의 시대가 지속할 것이고 한국은 웹툰에 있어 초강대국이 될 거라고 봅니다.”

박 씨는 “종이만화를 만드는 데는 비용이 많이 들고 진입 장벽이 높아 해외진출도 용이하지 않다”며 “반면 웹툰의 경우 비용이 거의 들지 않아 많은 이들이 작품 활동을 할 수 있고 세계시장 진출도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한국 웹툰은 진화하고 있어요. 정적인 콘텐츠가 아닌 움직이고 때로는 소리까지 들을 수 있는 동적인 콘텐츠로 진화하고 있는 거죠. 세계적 흐름은 웹툰으로 발전하고 있어요. 10년 후 20년 후가 되면 그 차이를 실감하게 될 거라 생각합니다.”

/전은재기자 ej6621@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