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리 5·6호기 공론화에 대한 단상
2017년 11월 21일(화) 00:00 가가
[김종필 광주환경운동연합 팀장]
우리 국민은 세계 역사에 유례가 없는 촛불의 힘으로 정권 교체를 이뤘다. 희망의 불꽃 속에 새로운 정부가 출범했다. 선거기간 동안 탈핵(핵발전소 퇴출)의 관심은 어느 대선과는 달랐다. 각 정당은 핵발전소의 안정성을 이야기하고 에너지 전환 정책을 약속했다. 심지어 홍준표 후보도 에너지 전환에 대해 긍정적인 검토를 말한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선거기간에 ‘탈핵현안 정책협약’, ‘100만 서명운동 협약’, 각종 인터뷰와 공약 자료집 등을 통해 수차례 약속했고, 이에 따라 선거 당선 이후 탈핵의 기대감은 어느 때보다 높았다.
이후 문재인 정부가 출범했고 대통령은 지난 6월 19일 ‘고리1호기’ 폐로 행사에서 탈핵을 선언하고 신고리 5·6호기 건설에 대한 공론화 계획을 발표한다. 이후 공론화위원회가 구성되고 ‘공론조사 방식’ 확정과 2만 명에 대한 여론조사, 471명 시민대표참여단 종합 토론회가 진행됐다. 그리고 종합 토론회 이후 공론조사 결과는 신고리 5·6호기 건설 재개로 결정이 났다.
공론화에 대한 국민의 평가도 호의적인 분위기다. 특히 시민참여단은 신고리 5·6호기 건설 재개를 선택했지만, 핵발전소의 안정성, 핵 발전 축소 의견도 제시했다. 이를 계기로 많은 의제와 쟁점에서 공론화의 도입이 예상됐다. 그동안 많은 중요한 정책들이 밀실에서 소수의 몇몇에 의해 공익에 반하는 결정된 일들이 많았기에 숙의를 통한 국민의 의견을 반영하는 공론화에 대해 기대는 높다.
하지만 필자는 숙의 민주주의 실험과 정치적 책임 회피의 경계 위에 놓인 ‘신고리 5·6호기 공론화’를 발견했고 미숙한 공론화를 경계하는 필요성을 느꼈다.
숙의 민주주의를 표방하기에 이번 공론화의 3개월의 시간과 진행 과정은 많이 부족했다.
3개월 중 실제로 시민참여단이 문제를 파악하고 학습한 시간은 한 달이 채 되지 않으며, 1차례에 걸친 2박3일의 종합 토론회가 전부이다. 심지어 10월 15일까지 운영한 471명의 시민참여단 가운데 활동 종료 시점 이틀 전인 10월 13일 조사에서 신고리 5·6호기가 어디에 들어서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다고 답한 사람은 57.6%에 불과했다. 불충분한 숙의 기간은 공론화 과정의 합리성, 투명성, 민주성을 보장하지 못한다.
다음은 공론화 의제의 적정성 문제이다. 국민 의사를 골고루 묻는 전국적인 공론화라면 ‘신고리 5·6호기’가 아닌 ‘탈핵 공론화’여야 했다. 신고리 5·6호기 건설은 전국민의 의사보다 지역의 여론을 보다 정확하고 비중 있게 반영해야 했다. 특히 핵발전소가 미치는 영향권(30㎞)에 있는 부산, 경주, 울산의 380만 지역민의 의사 반영이 중요하다. 이번 공론화의 시민참여단의 구성을 보면 인구 비례에 따르고 실제 참여 의사를 가진 이들을 선정하다 보니 울산의 시민참여단은 1.4%(7명)에 불과했다. 비슷한 규모의 대전(3.6%, 18명)이나 광주(3.4%, 17명)에 비교해 큰 차이가 났다. 이는 영광의 핵발전소 추가 건설 여부를 지역민에게 묻지 않는 것과 다르지 않다.
서두에서 언급했듯이 문재인 대통령은 ‘신고리 5·6호기 백지화’를 표명한 바 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공약 이행의 로드맵 대신 공론화를 발표했다. 공약 파기에 대한 입장을 먼저 밝힌 것이 맞다. 문재인 정부는 ‘신고리 5·6호기를 백지화’하고 탈핵을 공론화해야 했다.
공론화는 대의제 등을 통해 위임받은 의회나 행정부가 의사 결정을 하는 것과는 근원적으로 다른 구조이다. 직접 민주주의의 의미를 더 살리기 위해서라면 국민투표 혹은 주민투표 등을 통해 전체 국민의 의사를 확인해야 하지만 ‘신고리 5·6호기 공론화’는 그 역시 아니었다. 이번 경우 그 의미는 지나치게 확대됐고, 정치적 책임 회피의 수단이 됐다.
공론화는 과정이지 결과가 아니다. 신고리 5·6호기 건설이 재개됐다 해서 위험성이 해소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시민참여단도 제기하고 있는 다수 호기 안전성 평가, 활성단층을 포함한 최대 지진 평가를 통한 신고리 5,6호기 안전성 강화가 조처돼야 한다.
우리 지역도 공론화에 자유로울 수 없다. 영광의 핵발전소의 수명과 고준위 핵폐기물 저장용량 포화상태가 멀지 않기 때문이다. 영광 핵발전소의 이물질 유입과 격납고 철판 부식, 콘크리트 구멍의 원인은 추정만 할 뿐 정확한 원인조차 밝히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지역의 핵 의제들이 쫓기듯 공론화를 표방하여 진행되면 안 될 것이다.
정부는 항상 어떤 사회 쟁점이든 명확한 입장과 합리적 근거 가지고 이를 밝혀야 한다. 정부는 저울질하는 심판이 돼서는 안 된다. 만약 국민들의 의견과 합의가 필요하다면 그에 걸맞는 의제와 충분한 시간, 정확한 정보, 투명한 진행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것이 국민들이 바라는 촛불 정부의 모습이고 숙의 민주주의 과정이다.
공론화에 대한 국민의 평가도 호의적인 분위기다. 특히 시민참여단은 신고리 5·6호기 건설 재개를 선택했지만, 핵발전소의 안정성, 핵 발전 축소 의견도 제시했다. 이를 계기로 많은 의제와 쟁점에서 공론화의 도입이 예상됐다. 그동안 많은 중요한 정책들이 밀실에서 소수의 몇몇에 의해 공익에 반하는 결정된 일들이 많았기에 숙의를 통한 국민의 의견을 반영하는 공론화에 대해 기대는 높다.
3개월 중 실제로 시민참여단이 문제를 파악하고 학습한 시간은 한 달이 채 되지 않으며, 1차례에 걸친 2박3일의 종합 토론회가 전부이다. 심지어 10월 15일까지 운영한 471명의 시민참여단 가운데 활동 종료 시점 이틀 전인 10월 13일 조사에서 신고리 5·6호기가 어디에 들어서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다고 답한 사람은 57.6%에 불과했다. 불충분한 숙의 기간은 공론화 과정의 합리성, 투명성, 민주성을 보장하지 못한다.
다음은 공론화 의제의 적정성 문제이다. 국민 의사를 골고루 묻는 전국적인 공론화라면 ‘신고리 5·6호기’가 아닌 ‘탈핵 공론화’여야 했다. 신고리 5·6호기 건설은 전국민의 의사보다 지역의 여론을 보다 정확하고 비중 있게 반영해야 했다. 특히 핵발전소가 미치는 영향권(30㎞)에 있는 부산, 경주, 울산의 380만 지역민의 의사 반영이 중요하다. 이번 공론화의 시민참여단의 구성을 보면 인구 비례에 따르고 실제 참여 의사를 가진 이들을 선정하다 보니 울산의 시민참여단은 1.4%(7명)에 불과했다. 비슷한 규모의 대전(3.6%, 18명)이나 광주(3.4%, 17명)에 비교해 큰 차이가 났다. 이는 영광의 핵발전소 추가 건설 여부를 지역민에게 묻지 않는 것과 다르지 않다.
서두에서 언급했듯이 문재인 대통령은 ‘신고리 5·6호기 백지화’를 표명한 바 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공약 이행의 로드맵 대신 공론화를 발표했다. 공약 파기에 대한 입장을 먼저 밝힌 것이 맞다. 문재인 정부는 ‘신고리 5·6호기를 백지화’하고 탈핵을 공론화해야 했다.
공론화는 대의제 등을 통해 위임받은 의회나 행정부가 의사 결정을 하는 것과는 근원적으로 다른 구조이다. 직접 민주주의의 의미를 더 살리기 위해서라면 국민투표 혹은 주민투표 등을 통해 전체 국민의 의사를 확인해야 하지만 ‘신고리 5·6호기 공론화’는 그 역시 아니었다. 이번 경우 그 의미는 지나치게 확대됐고, 정치적 책임 회피의 수단이 됐다.
공론화는 과정이지 결과가 아니다. 신고리 5·6호기 건설이 재개됐다 해서 위험성이 해소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시민참여단도 제기하고 있는 다수 호기 안전성 평가, 활성단층을 포함한 최대 지진 평가를 통한 신고리 5,6호기 안전성 강화가 조처돼야 한다.
우리 지역도 공론화에 자유로울 수 없다. 영광의 핵발전소의 수명과 고준위 핵폐기물 저장용량 포화상태가 멀지 않기 때문이다. 영광 핵발전소의 이물질 유입과 격납고 철판 부식, 콘크리트 구멍의 원인은 추정만 할 뿐 정확한 원인조차 밝히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지역의 핵 의제들이 쫓기듯 공론화를 표방하여 진행되면 안 될 것이다.
정부는 항상 어떤 사회 쟁점이든 명확한 입장과 합리적 근거 가지고 이를 밝혀야 한다. 정부는 저울질하는 심판이 돼서는 안 된다. 만약 국민들의 의견과 합의가 필요하다면 그에 걸맞는 의제와 충분한 시간, 정확한 정보, 투명한 진행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것이 국민들이 바라는 촛불 정부의 모습이고 숙의 민주주의 과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