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이 미어질 때마다 너릿재를 찾곤 했었다. 여기오믄 느그 아부지도 있을 것 같고 느그 민혁이도 생각나고…너릿재가 민혁이를 품어준거제.”

16일 광주문화재단 2층 창작극 ‘너릿재 연가’의 연습실. 탤런트 전원주씨를 비롯한 배우들의 연습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이곳에서 이번 연극에 특별출연하는 탤런트 전원주씨를 만났다.

전원주씨는 “지난 6일 국회에서 ‘너릿재연가’ 첫 공연이 있을 때 참석했다”며 “5·18에 대해서 잘 몰랐는데 그때 연극을 보면서 가슴이 뜨거워졌고, 이 연극에 동참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번에 맡은 역은 크지 않은 역이지만 매우 의미 있는 역할이에요. 역사 속에서 남편과 아들을 잃은 여인이죠. 이분을 통해서 5·18을 알았고 뜨거운 광주를 알게 됐습니다.”

화순 너릿재에 얽힌 사연을 극화한 창작극 ‘너릿재 연가’(부제 너릿재 아리랑)가 화순과 광주를 찾는다.

21일 오후 4시, 22일 오후 3시 화순 하니움문화스포츠센터 적벽홀에 이어 26일 오후 4시 광주 빛고을시민문화관에서 열린다.

광주와 화순을 이어주는 ‘너릿재’. 동학농민운동 때는 농민군들이 이곳에서 처형을 당했다. 해방정국 때는 화순 탄광 노조원들이 미군에 의해 희생을 당했고, 6·25 전쟁 때는 무수히 많은 사람이 죽었다. 1980년 5월에는 공수부대의 만행에 맞선 시민들이 화순 탄광의 무기를 싣고 넘던 고개다.

고향의 앞산 같은 친밀한 고개지만 한국의 근현대사의 굴곡과 애환이 서린 곳이다.

‘너릿재 연가’는 이러한 너릿재를 배경으로 한 화순 출신 최경회 장군의 후손들 이야기다. 일제강점기를 거쳐 6·25 전쟁, 80년 오월까지 한국 근현대사의 굴곡과 애환을 담았다.

전씨는 “이번 연극에서 보여줄 장면은 많지않다. 딱 두 장면이다“며 “남편 잃고 자식 잃은 과부역할이다. 지금의 나와 같은 과부역할이라 그런지 생각만 해도 눈물이 난다”고 말했다.

“사실 이 연극을 접하기 전까지 5·18이 이렇게까지 심각한 문제인 줄 몰랐어요. 국회에서 처음 연극을 보고, 대본을 받아 보고나니 5·18을 많은 사람에게 알려야겠다고 생각했죠. 비중이 큰 역할은 아니지만 이렇게라도 참여하는 데 의미를 두고 싶어요.”

그는 현재 5개의 연극작품에 출연중이다. “연극뿐 아니라 여기저기 강연도 다니고 있어서 바쁜 와중에 ‘너릿재연가’에 출연하게 됐어요. 이번이 세 번째 연습이자 마지막 연습이죠. 틈틈이 혼자서 대사를 외우고 연습을 하지만 상대방하고의 호흡도 중요하기 때문에 시간을 쪼개서 연습장을 찾았어요. 그러나 무대는 나를 나타내고, 연기는 나의 전부를 보여주는 것이라 그런지 수십 년의 경력에도 여전히 긴장이 됩니다.”

전씨는 또 젊은 배우들과 함께 연극작품을 하게 된 것에 대해 “이번 연극에 출연하는 배우들 대부분이 젊은 사람들인데 온몸으로 뛰고, 넘어지며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함께 연습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용기가 나고 활력소가 생긴다”고 말했다.

“며느리 역할을 맡은 이당금씨가 저를 많이 챙겨주고 배려해줘서 즐겁게 연습중입니다. 그래도 어려운 점이 있다면 ‘대사’예요. 나이가 들어서도 있겠지만 전라도 사투리라 대사를 외우는 게 어려워요. ‘그랫제라’ 하면서 또 다음 대사를 잊어버리기도 해요.(웃음) 서울말이면 좀 괜찮을 텐데…그래서 대본을 늘 손에 들고 살아요.”

그는 마지막으로 “배우는 다른 것 다 필요없이 객석이 채워져야 힘이나고 연극 할 맛이 난다”며 “많은 분들이 관객석을 채워주셨으면 좋겠다. 또, ‘너릿재 연가’를 통해 5·18을 모르는 분들께 그날의 진실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문의 062-226-2446, 010-4190-5180.

/전은재기자 ej6621@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