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의 청년들은 찬란한 청춘의 색을 지워내고 있다. 청춘의 부스러기들은 짙은 어둠 속에 잠겨 사소하게 빛나고 있을 뿐이다. 그들에게 청년 윤동주는 이야기하고 있다. 깜깜한 밤에도 열매가 익고, 꽃이 피듯 청춘의 고뇌와 아픔이 곧 뜨거운 등불이 될 것을 말이다.”(정애진 한양대 박사과정 재학)

계간 ‘시산맥’에서 기획연재 하고 있는 ‘윤동주 시인 자전친필 시고’는 윤동주 시인의 생애와 문학을 가장 기초적인 자료를 매개로 조명하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시산맥’은 겨울호(통권 32호·사진)에서 ‘새로운 길’, ‘병원’, ‘돌아와 보는 밤’, ‘太初(태초)의 아츰’, ‘看板없는 거리’ 등을 다뤘다.

곽예근(한양대 박사과정 수료) 연구자는 ‘새로운 길’에 대해 “시적 화자의 ‘새로운 길’에 대한 다짐은 과거에는 가지 않았던 길로 향하겠다는 자기 의지의 표현”이라며 “사실상 이 시편이 성인으로서의 현대시 시작(詩作)의 출발점이었다”고 평한다.

이은규 시인은 ‘병원’에 대해 “시인은 과거에도 오늘날에도 타자들의 귀환을 간절히 요청하는 방식으로 시적 자의식을 구현한다”고 평했으며, 조대한 씨는 ‘太初(태초)의 아츰’을 가리켜 “종교 시편들엔 그 믿음에 대한 질문과 고뇌, 그리고 나름의 대답이 담겨 있다”고 분석했다.

연희전문 재학 중이던 해에 쓰여진 것으로 보이는 ‘看板없는 거리’에 대한 조명도 눈길을 끈다. 하빛나 씨는 “‘간판’을 조선의 상징으로 읽는다면 ‘간판없는 거리’에 가득한 ‘손님 같은 사람들’은 실향민이 되어버린 민족을 의미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시산맥’ 겨울호에는 전철희 평론가의 ‘페미니즘과 문학 논의에 대한 단상’과 이도헌 시사만화가의 ‘詩詩한 이야기’ 등이 수록돼 있다. 또한 제8회 시산맥작품상 후보작품인 김분홍·박남희·서윤후·이승휘·임승유 시인의 작품과 전해수 평론가의 작품론 ‘뒷모습의 세계 혹은 공간의 수사학’ 등 다양한 읽을거리가 실렸다.

/박성천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