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들, 갑자기 왜 이렇게 크게 울어. 아빠랑 헤어지기가 그렇게 싫니….”

세월호를 휘감고 도는 강풍소리를 듣던 남현철군의 아버지 남경원씨가 웅얼거렸다.

남씨는 자신의 아들을 포함한 미수습자 5명의 추모식을 앞둔 지난 18일 오전 “1000일 넘게 아들을 기다렸는데, 막상 떠나려고 하니 발걸음이 안 떨어진다”며 “오늘따라 바람도 거세다. 목포에 있었던 날 중에서 오늘 바람이 가장 거세다”며 울먹였다.

지난 18일 오전 세월호가 거치된 목포신항은 갑자기 강풍이 몰아쳤다. 전날까지 괜찮았던 날씨는 이날 새벽부터 심하게 바람이 불기 시작했고, 추모식을 진행하기 위해 설치해 놓은 추모 헌화대와 스피커 등도 바람을 이기지 못하고 모두 날아갔다.

헌화대 등을 설치한 한 관계자는 “수십년간 무대 설치하는 일을 해왔지만 오늘 같이 강풍으로 무대가 무너진 것은 처음 봤다”며 “미수습자들이 조금만 더 찾아달라고 하는 것 같아 착잡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참배객으로 참석한 한 목포시민도 “태풍을 제외하곤 이렇게 강한 바람은 처음 본다”고 했다.

이날 목포지역에는 오전 9시부터 풍랑경보가 내려졌고, 딱 하루만인 19일 오전 9시 해제됐다.

예상치 못한 강풍으로 목포신항 세월호 선체 선수부 앞에서 진행할 예정이었던 추모식도 목포신항만 사옥 옆 건물 2층인 예전 취재지원센터로 변경돼 치러졌다.

단원고 양승진 교사, 단원고 박영인·남현철군, 권재근씨, 권씨의 아들 혁규군 등 미수습자 5명은 지난 3년 7개월(1313일)동안 진도 사고해역에서부터 세월호가 거치 된 목포신항까지 매 순간 나오기를 고대했지만, 끝내 가족 품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이날 마지막 작별을 앞둔 미수습자 가족들은 관속에 찾지못한 시신 대신 꽃과 발견된 유품, 편지 등을 채워넣는 과정에서 끝내 참았던 눈물을 쏟아내며 오열했다.

오전 9시 20분부터 시작된 추모식에는 미수습자 가족 20여명과 4·16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 유가족, 추모객 등 500여명 참석했다.

실내에 마련된 추모공간에는 ‘세월호 미수습자 합동 추모식’ 현수막이 붙었고, 헌화대 위에는 미수습자 5명의 영정과 국화가 놓였다.

추모식은 천주교·원불교·불교·개신교 등 종교의식으로 시작돼 유가족과 추모객 헌화, 전연순 금비예술단장의 세월호 추모시 낭송순으로 진행됐다.

양승진 교사의 어머니인 남상옥(84)씨는 국화를 아들의 영정 앞에 놓은 뒤 한참을 흐느껴 주변을 숙연하게 했다. 남현철과 박영인군의 부모 역시 한참동안 자식의 영정을 어루만지며 눈물을 쏟아냈다. 미수습자중 가장 나이가 어렸던 권혁규군의 고모 권길순(71)씨는 “혁규아 왜 못 나오고 있어”라며 오열하기도 했다.

목포신항을 찾은 많은 추모객들도 끝내 가족을 찾지 못하고 떠나는 미수습자 가족과 함께 아파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추모식은 1시간 동안 진행됐으며, 미수습자 가족들은 운구차와 버스에 통해 세월호가 거친 된 곳을 한 바퀴를 돈 뒤 장례식이 치러지는 경기도 안산 제일장례식장과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으로 떠났다.

한편 단원고 양승진교사와 박영인,남현철군의 유품은 단원고 희생자가 잠들어있는 경기 평택 서호공원으로 옮겨지며, 권재근씨와 아들 혁규군의 유품은 인천가족공원 만월당에서 화장한 뒤 세월호 일반인 희생자 추모관이 있는 인천가족공원에 보관될 예정이다.

/김한영기자 young@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