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도전일 줄 알고 왔다. 최선을 다해서 후회는 없다. 그러나 내가 새판을 짤 때 걸림돌이 된다”며 수장은 담담하게 ‘자진사퇴’를 말했다.“나의 축구 인생에 광주는 잊을 수 없는 팀이다. (환경이) 열악하니까 이겨야 하는 마음이 컸지만 어려움이 많았다”며 팀의 최고참 선수는 눈물을 글썽였다.

3년 만에 챌린지 리그로 추락한 프로축구 광주 FC의 2017시즌 최종전은 침울한 분위기 속에서 시작되고 끝이 났다.

광주는 지난 18일 광주월드컵경기장에서 포항 스틸러스와 2017시즌 최종전을 치렀다. 광주는 앞선 대구 원정 0-2패로 강등이 확정된 상황이었다. 홈팬들 앞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겠다는 각오로 그라운드에 올랐지만 단 한 번도 이겨보지 못한 포항과 싸움은 힘겨웠다.

지진에 민감한 반응을 보인 외국인 선수들의 안정을 위해 이들을 제외하고 신예 선수들로 전력을 꾸린 포항 최순호 감독의 전략이 통했다. 기회를 잡은 포항 젊은 선수들의 패기에 목표를 잃은 광주는 흔들렸다. 경기는 0-4패였다.

경기가 끝난 뒤 광주 김학범 감독은 사퇴 뜻을 밝혔다.

김 감독은 경기 후 가진 인터뷰에서 “광주 시민 여러분, 서포터즈 여러분, 광주를 성원했던 모든 팬에게 죄송스러운 마음으로 사죄를 드린다. 어떻게든 강등이 되지 말았어야 했는데 강등 책임은 뭐라 답할 수 없을 것 같다”며 “이제 광주는 새로운 팀으로 거듭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안 된다. 건강한 팀으로 새판짜기에 돌입해야 하는데 내가 이 자리에 있다면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 뼈를 깎는 아픔이 있겠지만 새로운 팀 짜기를 훌륭히 할 수 있을 것이다. 오늘 이 시간 이후로 자리를 비켜주는 게 도리라고 생각했다”며 자진사퇴를 말했다.

새판짜기를 위해서는 모든 것이 변화해야 한다는 김 감독은 어려운 시작이자 마무리였지만 후회는 없다고 덧붙였다. 김 감독은 지난 8월 성적 부진으로 남기일 감독이 사퇴한 뒤 광주의 지휘봉을 잡았다.

그는 “(광주를 맡은 것에 대한) 후회는 없다. 선수들하고 최선들 다했다. 어려운 도전일 줄 알고 왔다. 끝까지 혼신을 다해서 했다. 최선을 다해서 후회하지 않는다”고 광주에서의 시간을 갈무리했다.

팀의 최고참으로 승격에 이어 강등의 현장에도 선 수비수 이종민은 마지막을 이야기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종민은 “내년 시즌 팀이 많은 변화를 줄 것이다. 그런 변화에 대처를 잘해야 할 것 같다. 재정적으로 팀이 많이 힘들었다. 높은 경기력을 요구하는 데 재정적으로 너무 힘드니까 선수들도 힘든 부분이 많았다”며 “올 시즌 광주와의 계약이 끝나서 내년 시즌 내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후배들은 더 좋은 환경에서 축구를 할 수 있으면 좋겠다. 열악하니까 더 이겨야 하는 마음으로 우리 선수들이 최선을 다했다. 대우를 받고 싶은 것도 프로 선수의 마음이다”며 자신의 축구 인생의 한 페이지가 된 광주에서의 시간을 돌아봤다.

‘새판짜기’가 숙제가 된 광주의 2018시즌. ‘캡틴’으로 어려운 시즌을 보냈던 송승민은 신구(新耉)조화를 말했다.

그는 “우리 선수들이 다들 어리고 경험이 없었다. 선수들이 너무 젊기 때문에 경험 있는 베테랑 선수들이 오면 신구조화가 잘돼서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고 광주의 건강한 미래를 그렸다.

/김여울기자 wool@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