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은 많은 사람들이 쉽게 찾아올 수 있는 곳에 자리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후쿠오카아시아미술관은 미술에 대해 친근함을 느낄 수 있는 열린 공간입니다. 항구 도시인 후쿠오카시(市)는 대륙과도 가까워 일본을 넘어 아시아미술을 다루고 있습니다.”

지난 여름 일본 후쿠오카아시아미술관(이하 후쿠오카미술관)에서 만난 조순 학예사는 후쿠오카시 최초 재일 교포 출신 공무원이었다. 조 학예사의 안내로 방문한 후쿠오카미술관은 도심 중심부인 후쿠오카 하카타구 리바레인센터 7층과 8층에 자리하고 있다. 후쿠오카 도심을 관통하는 지하철인 구코선을 타고 나카스카와바타역에서 내리면 출구에서 3분 거리에 있다.

1999년 3월6일 개관한 후쿠오카미술관은 시에서 공간을 구입해 운영하고 있으며 아시아 근현대 미술작품을 체계적으로 수집해 전시하고 있다.

모태는 1979년 문을 연 후쿠오카시립미술관이다. 시립미술관은 개관전 주제를 아시아미술로 잡았다. 첫번째 전시 ‘아시아 미술전’을 연 이래 5년마다 정기적으로 개최하며 현대 아시아 미술작가들을 후쿠오카 시민들에게 소개하고 작품을 수집했다. 특히 1994년 제4회 아시아미술전 때는 작가들을 초청해 크게 주목받았다. 이를 계기로 경제호황기였던 1999년 시립미술관은 아시아미술만 따로 떼어 미술관을 짓기로 결정한다. 지금의 후쿠오카미술관이다.

‘미술관은 도시 안에 있어야 한다’는 초대 관장의 주장에 따라 현 위치를 선정했다.

미술관 명칭에 맞게 이후 20여년 간 창의성과 예술성이 뛰어난 회화·조각·판화·공예 등 아시아 근현대미술 작품을 수집한다. 현재 소장품은 2800여점(2015년 기준)으로 18세기 말부터 현재까지 한국, 중국, 대만 등 주요 국가를 비롯해 네팔, 방글라데시, 미얀마 등 낯선 동남아 작품 등 23개국의 작품을 수집했다.

수집품 목록에 광주 출신 홍성담 작가 ‘5월 판화’ 연작 50점이 이름을 올리고 있어 눈길을 끌었다.

나카오 토모미치 학예부장은 ▲근대∼현대 흐름을 계통적으로 제시한 작품 ▲자국의 민속·민족·대중예술을 포함하는 작품 ▲중요한 전통미술·공예품을 주요 수집 대상으로 꼽았다

전시는 크게 소장품전, 기획전(1년 4회)과 3년마다 개최하는 특별기획전 ‘후쿠오카 트리엔날레’로 나뉜다. 이중 소장품전은 매년 8차례 개최하는 등 비중을 높이 두고 있다.

미술관이 또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레지던시를 통한 아시아 미술 연구다. 각국의 미술인, 연구자들을 초청해 함께 작업을 이어나간다. 특히 1년에 5명의 레지던시 작가 이외에도 큐레이터 등 미술 연구자 1명을 꼭 초대한다.

연구자들은 미술작품 설명문 번역을 감수하거나 자국의 미술계 현황, 작가 소개 등을 한다. 후쿠오카미술관은 대표 소장작품 100점에 대한 설명을 아시아 각국 언어로 번역하는 작업을 하고 있는데 한국어는 광주시립미술관 임종영 학예사를 초청해 감수를 요청했다.

나카오 부장은 “레지던시는 근현대 아시아 미술에 초점을 맞춰 작품에 사회·문화적 배경을 담은 작가들을 선정하고 있다”며 “작가와 작품 둘다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해당 국가의 미술 연구자들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미술관 레지던시에 참여한 한국 야루 작가는 VR기기를 이용한 3D 작업을 한창하고 있었다. 야루 작가는 작업공간, 생활비, 작업비 등 기본적인 지원 이외에도 외국 작가들과 협업을 할 수 있는 점을 장점으로 내세웠다.

야루 작가는 “후쿠오카미술관은 작업공간만 주는 게 아니라 어떻게 도움 받기를 원하는지 물어보며 책 구입 비용까지 지원해준다”며 “그동안 서울, 부산, 인천 등 한국 곳곳에서 레지던시에 참여했봤지만 이곳이 더 열려 있는 느낌이다”고 말했다.

미술관의 또다른 특징인 8층 교류갤러리다. 아시아국가를 대상으로 매년 두차례 공모를 통해 전시실을 1일 1만엔(9만8000원) 수준으로 저렴하게 제공한다. 후쿠오카 시민이 최우선이지만 최근에는 한국 작가들도 많이 신청하고 있다.

교류갤러리에서는 울산대학교 시각디자인학전공 학생들이 졸업작품전(8월3∼8일)을 열고 있었다.

정래원 학생은 “졸업을 앞두고 일본에서 전시를 열며 해외 전시 문화를 경험하고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며 “경상도 대학 사이에서는 저렴한 비용으로 대관할 수 있기 때문에 후쿠오카미술관이 인기가 좋은 편이다”고 말했다.

후쿠오카미술관은 현재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본 경제 불황이 이어지며 지원 예산이 매년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또 일본인들이 미술에 대한 관심마저 줄어들고 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관람객이 많아야 시 예산을 충분히 신청할 수 있기 때문에 관람객을 많이 불러들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느라 골머리를 앓고 있다. 올해 열 예정이었던 트리엔날레도 취소했다. 미술관측은 도쿄올림픽이 열리는 2020년을 목표로, 트리엔날레 전시 준비를 하고 있다.

조 학예사는 “경제 불황으로 미술에 대한 관심이 멀어지는 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어린이 눈높이에 맞는 전시를 많이 개최해 미술과 친밀감을 어렸을 적부터 갖게 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다행인 것은 외국인 방문객들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미술관 1년 관람객 20만명 중 3분의 1이 외국인이라는 게 조 학예사의 설명이다. 특히 최근 한국인들이 많이 방문하고 있어서 고무적이다.

후쿠오카미술관은 그동안 다양한 아시아 국가 중에서도 꼭 연구하고 싶은 국가로 북한을 꼽았다.

조 학예사는 “일본에서는 북한 미술에 대해 다른 나라에 뒤쳐지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많은 흥미를 가지고 있다”며 “지금은 정치적 상황 때문에 제안을 못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연구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용희기자 kimyh@kwangju.co.kr

/사진=김진수기자 jeans@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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