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기부의 ‘광주사태 백서’에 발포명령자 등 5·18의 모든 것이 담겨있다. 파기지시가 내려졌지만 정보기관의 특성상 몇질은 반드시 남아있을 것이다. 꼭 찾아내 마침표를 찍기 바란다.”

5·18연구자 A씨는 “지난 2013년 자신을 국정원 퇴직간부라고 소개한 인물이 내게 전화를 걸어와 ‘안기부 광주사태 백서’의 존재사실과 내용에 대해 알려왔던 사실을 처음 공개한다”고 16일 광주일보에 밝혔다.

A씨는 “당시 그가 (국정원 퇴직간부) ‘5·18왜곡이 극심한데 당신들 정말이지 고군분투한다. 나도 고향이 여기(호남)다. 3∼4권짜리 백서에 다 들어있다. 꼭 찾아야한다’고 거듭 강조했다”며 “오랜 연구경험상 제보의 신빙성이 무척 높았지만 여태 확보하지 못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문재인 대통령 지시로 꾸려진 국방부5·18특조위도 최근 이러한 내용을 입수하고서 이른바 ‘안기부 광주사태 백서’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국정원 퇴직간부의 증언이 사실이라면 현재 5·18관련 군(軍)자료 대부분이 ‘조작의 세탁기를 통과했다’는 말이 5·18특조위 내부에서 나올 정도로 오염된데다, 군 내부에서 양심선언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발포명령자·518희생자 숫자’ 등 핵심 의혹 규명의 열쇠가 백서 안에 담겼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5·18특조위 관계자 역시 “신군부 당시 보안사가 만든 ‘제5공화국전사’보다 안기부 백서가 그 내용이 더 구체적이고 신뢰 가치가 높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그 이유는 일반의 생각과 달리 신군부가 만든 5공전사 역시 내용이 신뢰할 만하나, 5·18관련 내용이 구체적이거나 핵심을 비켜간 측면이 있다. 반면 안기부 백서는 파기지시가 내려질 정도로 핵심사항을 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연구자 A씨가 전한 ‘안기부 광주사태 백서’와 안기부(2국장)를 비롯한 관계부처 합동으로 5·18진상규명 대응을 위해 지난 1985년 꾸려진 ‘80위원회’가 작성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백서’가 동일한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5·18특조위는 지난달 24일 브리핑에서 “전두환 정권 당시 안기부 주도로 80위원회가 만들어진 사실과, 백서 발간을 목표로 한다는 사실은 확인했으나 백서 존재 유무는 확인하지 못했다”면서 “국정원에 ‘광주사태 백서’ 보존여부를 확인할 계획”이라는 입장을 내놓은바 있다.

안기부 백서와 관련, 서훈 국정원장은 이날 국회 정보위원회의 국정원 예산안심사에 출석, 국민의당 김동철 의원이 “518특조위가 안기부 백서 확인요청을 했는데 알고 있나. 국정원 자체적으로 518 관련 조사를 확인했느냐”는 질의를 받고 “국정원이 갖고있던 5·18관련 수천쪽에 달하는 자료를 특조위에 제공했다. 그러나 백서에 대해서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답변했다.

/김형호기자 khh@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