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에서 발생한 규모 5.4 지진에 전국이 공포에 떨었다. 광주·전남 지역도 일부 주택이 파손돼 더 이상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님이 확인됐다.

문제는 지진에 대한 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광주·전남 지역 주택(공동·단독 주택, 학교, 공공업무 시설 등) 중 내진설계가 된 곳은 10%에도 못 미치고 있다. 만일 규모 6이 넘는 지진이 발생할 경우 광주·전남 대부분 지역의 건물이 붕괴 위험에 놓여 있는 셈이다.

내진설계 대상 건축물은 1988년 6층·연면적 10만㎡ 이상 건물을 시작으로 현재 3층·연면적 500㎡ 이상까지 단계적으로 확대됐다. 여기에 올 연말 2층·연면적 200㎡ 이상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결국 1988년 이전 건물은 지진에 무방비 상태이며, 6층 미만 건물은 2005년까지 내진설계 대상에서 제외됐다. 광주·전남은 타 시도에 비해 저층 건물이 많은 탓에 내진설계가 되지 않은 위험 건물도 그만큼 많은 실정이다.

‘전국 건축물 내진설계 현황’ 자료에 따르면 광주는 주택 9만 7809동 가운데 내진설계가 된 곳은 11.3%(1만 1109동)에 불과하며, 전남의 내진설계 비율은 2.1%로 전국 최하위 수준이었다. 전국 평균이 약 40%에 달하는 데다 부산 27.6%·대구 29.7%인 점을 감안하면, 호남 지역은 영남에 비해 지진 대비를 거의 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지진에 대한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만큼 내진설계 의무화 확대 등 국가 차원의 실질적인 대책이 나와야 한다. 이중 내진설계 대상에서 제외된 오래된 건물에 대한 내진 대책은 한시가 바쁘다. 내진 보강을 희망하는 기존 건물에 대해서는 융자 지원이나 재산세 등 각종 세금 감면 혜택을 부여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아울러 일본처럼 전쟁에 준하는 지진 대비 훈련의 정기화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