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겨울 KIA 타이거즈 최형우는 화제의 인물이었다.

FA 시장의 ‘대어’로 관심을 끌었던 그는 사상 처음으로 100억의 벽을 깨고 고향팀 유니폼을 입으면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최형우와 함께 ‘100억’은 지난 스토브리그의 핵심 키워드였다.

‘100억’을 놓고 많은 이야기가 나왔지만 리그를 대표하는 타자로 자리매김한 최형우는 자신감이 넘쳤다.

그는 “(100억이라는 금액이) 부담은 아니다. 거기에 맞는 활약을 못 할 수도 있고 잘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내 할 것만 하다 보면 욕을 먹든 칭찬을 먹든 (결과가 나올 것이고) 나중 일이니까 열심히 하려고 한다”며 FA 선수로 새 출발을 하는 심경을 밝혔다.

그리고 최형우의 자신감은 KIA 우승의 씨앗이 됐다.

KIA는 올 시즌 역대급 타격을 앞세워 1위 질주를 했다. 그 중심에 바로 ‘4번 타자’ 최형우가 있었다.

전반기의 기세에 미치지 못한 후반기였지만 최형우는 타율 0.342(514타수 176안타), 26홈런, 120타점으로 고향팀에서의 첫 시즌을 보냈다. 0.450의 출루율을 기록하면서 출루율상 수상자로 KBO리그 시상대에도 섰다.

욕심 많은 최형우에게는 아쉬운 성적이었을지 모르지만, 최형우는 자신의 2017시즌에 ‘100점’을 줬다. 후반기 위기를 넘고 새로운 동료들과 우승이라는 큰 목표를 이뤘기 때문이다.

최형우는 “우승하러 왔지만 이렇게 이적 첫해 우승을 해서 좋다. 우승경험이 적어서 다들 마음고생도 하고 생각도 많았을 것인데 좋은 결과가 나와서 좋다”며 자신의 프로 5번째 우승을 말했다.

개인 성적은 물론 그를 중심으로 한 ‘최형우 효과’가 100억 논란을 지웠다.

올 시즌 KIA는 8경기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이라는 전무후무할 세계 기록을 만들어냈다. ‘미친 타격’의 주인공들은 ‘최형우 효과’를 이야기했다. 타선 중심에 최형우가 버티면서 타격의 시너지 효과가 났다는 것이 KIA 타자들의 공통된 이야기였다.

그는 해결사로서 공격만 이끈 건 아니다. 몸을 사리지 않는 최형우의 프로 정신은 또 다른 시너지 효과를 만들었다.

시즌 중반 이명기는 더 열심히 뛰게 된 계기를 말하며 최형우의 이름을 꺼낸 적이 있다.

이명기는 “어디가 부러지거나 찢어지지 않는 한 뛴다는 이야기를 하더라. 잘하는 선수고 편하게 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선수가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고 많은 것을 느꼈다”고 이야기를 했었다.

이명기의 이야기대로 최형우는 자신의 자리에 서는 데 소홀함이 없었다. 최형우의 책임감에 오히려 “쉬어가면서 하라”며 코칭스태프가 애를 태웠다. 매 시즌, 매 경기에 최선을 다하는 최형우는 올 시즌에도 꾸준한 노력을 기록으로 인정받았다.

10년 연속 10홈런(10번째), 250홈런(14번째), 5년 연속 150안타(2번째), 1400안타(38번째), 800득점(32번째), 5년 연속 200루타(13번째) 등의 기록을 채웠다.

충분히 특별한 기록이지만 최형우는 기록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대신 꾸준히 해왔다는 부분에 집중한다. 그가 먼 훗날 받고 싶은 평가 역시 화려한 선수가 아닌 “모든 면에서 좋은 능력을 갖춘 꾸준한 선수”다.

고향에 와서 우승팀 ‘해결사’로 활짝 웃은 최형우의 묵직한 걸음은 2018시즌에도 계속된다.

/김여울기자 wool@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