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하나쯤은 뚫고 나온다. 제 스스로도 자신을 어쩌지 못해서 기어이 한걸음 내딛고 마는 그런 송곳 같은 인간이….’

2015년 출간된 만화 ‘송곳’(1∼3권)의 기사는 만화에서 인상깊었던 대목으로 시작했다. 뒷 이야기가 궁금해 한달음에 다 읽어버렸던 ‘송곳’은 외국계 대형마트에서 벌어지는 부당해고에 대항해 싸우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송곳’의 저자는 ‘공룡 둘리에 대한 슬픈 오마주’, ‘습지 생태 보고서’ 등을 써온 최규석 만화가로 기존 만화에서 볼 수 없는 시각을 보여준다.

2년여만에 ‘송곳’(4∼6권)이 나왔다. 지난 2013년 12월부터 네이버 웹툰에서 연재됐던 만화는 이로써 전체 6권이 완간됐다. ‘송곳’은 지난해 안내상·지현우 주연으로 jtbc에서 동명의 드라마로 제작돼 시청자들을 만났었다.

작품의 모티브는 지난 2002년 프랑스계 대형마트 까르푸에서 벌어진 해고 노동자들의 투쟁에서 따왔다. 작가는 노동운동가 하종강을 비롯해 숱한 인물들의 인터뷰와 자료 조사, 현장 취재를 통해 스토리를 만들어냈다.

만화는 비정규직을 해고하라는 회사의 지시를 받고 ‘불법’이라 맞서는 평범한 직장인 이수인 과장과 냉철하고 강직한 노동운동가 구고신이 부당해고에 맞서 노동조합을 조직하고 파업까지 이끌어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책 속엔 다양한 인간 군상과 날카로운 현실 인식이 등장한다. “싸움도 싫지만 도망가는 건 더 싫고”, “도망치면 내가 틀린 게 되고, 아니 걔들이 옳은 게 되버리니까”라며 고뇌하는 이들, 힘들었던 상황에서 서로 의지하며 힘이 됐던 동료, 믿었던 이에게서 배신 당했던 상처, 싸움이 길어지면서 불거지는 노동조합 내부의 갈등과 균열, 싸우는 이들의 뒤에서 묵묵히 살아가는 가족들 등등.

만화는 부당해고 등 꼭 만화 속 인간들이 처한 극한 상황이 아니더라도 대한민국 직장인들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생각해보게 되는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다시 1∼3권을 읽고 차분히 완독해야겠다.

〈창비·각권 1만1000원〉

/김미은기자 me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