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인근에 비슷한 스타일의 생활 가구를 파는 업체가 세 군데나 있다. 전국에 체인을 갖고 있는 기업들이다. 딱히 단골은 없고 필요한 물품이 있을 때면 세일 기간, 할인율 등을 살펴가며 적합한 곳에서 구입을 하는 편이다.

한데, 최근 들어서 어느 한 곳에는 발길이 닿질 않을 뿐만 아니라 간판을 볼 때마다 기분이 언짢아지기도 한다. 여직원에 대한 연속적인 성추행 사건으로 문제가 된 업체다. 아직 정확한 진실이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소비자들 사이에서 회사를 성토하는 목소리가 높고 제품을 보이콧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지난 1996년 미국 ‘라이프지’에 실린 한 ‘어린아이’의 사진은 나이키에 치명적인 상처를 안겼다. 파키스탄 시알코트 지역의 어느 어린아이가 나이키 축구공을 바느질하고 있는 모습을 담은 사진이었다. 전 세계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어야 할 축구공이 실제론 제3 세계 가난한 아이들의 노동 착취를 통해 만들어졌다는 사실은 전 세계인들을 분노케 했다. 미국 소비자 단체를 중심으로 보이콧 운동이 벌어졌고 나이키 주가도 떨어졌다. 나이키는 본사와는 관계없다고 주장했지만 결국 사과를 할 수밖에 없었다.

‘거부·배척·불매 운동’을 뜻하는 ‘보이콧’은 한 남자의 이름에서 유래된 말이다. 찰스 보이콧(Charles Boycott 1832∼1897)이란 사람은 아일랜드 부재지주의 경작 관리인이었다. 1879년 아일랜드에 흉년이 들자 소작농들은 토지 동맹을 결성, 소작료 인상을 내걸고 투쟁을 전개했다. 하지만 보이콧은 농민들을 내쫒으며 탄압을 했고 이에 마을 상점은 물론 교회까지도 보이콧을 배척하며 사람 취급을 하지 않았다.

보이콧은 소비 사회에서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트럼프 대통령의 ‘반 이민 행정 명령’에 반대해 난민들을 대거 고용하겠다고 선언한 스타벅스에 트럼프 지지자들이 보이콧을 선언했지만 트럼프 반대자들은 스타벅스를 더 열심히 이용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치킨 업체, 카드 업체 등 업종을 불문하고 ‘갑질’ 등을 일삼는 기업에 대한 보이콧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무분별한 보이콧은 지양해야겠지만, 소비자의 ‘날카로운 눈과 행동’은 기업들의 사회적 책임을 일깨우기 위해 꼭 필요하다.

/김미은 문화부장 me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