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이상 표류해 온 광주 송정∼목포 간 호남고속철도 2단계 노선이 이달 중 확정 발표될 예정이어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정부·여당의 핵심 관계자들이 잇따라 무안국제공항을 경유하는 노선이 유력하다고 밝히면서 침체에 빠진 공항의 활성화에 새 전기를 마련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도 부풀고 있다.

김태년 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최근 광주·전남 지역 기자간담회에서 “호남고속철도 2단계 사업은 무안공항을 경유하는 노선으로 결정됐다고 생각해도 된다”고 밝혔다. 내년 예산과 관련해서는 “노선이 확정되지 않아 154억 원만 편성된 상태지만 전년도 이월액 554억 원에 철도시설공단 예산을 더하면 1100억 원 정도는 반영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도 지난 3일 국회 예산안 회의에서 호남고속철 2단계 노선 결정 시기에 대해 “예산안이 확정되기 전에 정부가 입장을 발표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에 따라 지역 정치권과 지자체는 무안공항 경유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전남도는 연내 노선이 결정될 경우 내년부터 공항 활성화 사업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후속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대형 항공기 취항을 위한 활주로 연장과 수화물 처리 시설 확대, 새로운 항공 수요 창출, 광주공항과 무안공항 통합 논의, 항공 정비 산업 활성화 등이 주요 내용이다.

개항 10년을 맞은 무안국제공항은 당초 국토 서남권 거점공항으로 계획됐지만 접근성이 떨어지고 인프라조차 빈약해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정부 부처 간 이견과 경제성 논리에 밀려 시설 개선은 매번 퇴짜를 맞았다. 올 들어서는 사드 갈등 여파로 이용객이 대폭 줄어든 데다 정기 국제선마저 끊겨 위기를 맞고 있다. 호남고속철 무안공항 경유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자 국정 과제다. 정부는 노선을 조기에 확정해 국제공항으로서 면모를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