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겨웠던 KIA 타이거즈 버나디나의 KBO리그 도전기 결과는 행복한 우승이었다.

버나디나가 그라운드를 돌 때는 관중석과 덕아웃이 함께 들썩였다. 특유의 헬멧 세러모니에 맞춰 팬들과 동료들은 손으로 머리를 감싼 채 홈런타자를 반겼다.

한국시리즈 우승 현장에서는 팬들이 뜨겁게 버나디나의 이름을 연호해주었다. 버나디나는 KIA의 통합우승이 결정됐던 한국시리즈 5차전 경기 전까지 유력한 MVP 후보였다. 버나디나는 1차전 추격의 스리런을 시작으로 4차전까지 8개의 안타로 6타점을 만들며 두산 마운드를 흔들었다.

그리고 5차전 첫 타석에서도 내야안타를 기록한 그는 두 번째 타석에서는 선제점을 만드는 적시타를 때렸다. 버나디나의 안타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공세에 나선 KIA는 이범호의 만루포로 5차전 분위기를 끌고 왔다.

버나디나의 KBO리그 첫 가을잔치 성적은 19타수 10안타(1홈런) 타율 0.526, 7타점. 2차전 완봉승의 주인공 양현종이 5차전 슈퍼 세이브까지 기록하면서 MVP에 올랐지만 팬들은 ‘타선의 MVP’ 버나디나를 잊지 않았다. 한국시리즈 MVP 시상식 이후 잠실 원정석을 가득 채운 KIA팬들은 버다니나의 이름을 외치며 박수를 보냈다.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첫 우승 도전이다. 나를 빛낼 기회라고 생각한다”며 소감을 밝힌 그는 자신의 각오대로 2017 한국시리즈의 빛나는 별이 됐다.

끝은 거창했지만 시작은 미약했던 버나디나였다.

KIA 스프링캠프 연습경기 마수걸이 홈런의 주인공이 되는 등 버나디나는 캠프에서 올 시즌 기대주로 눈길을 끌었다. 빅리그에서 이미 검증받은 수비 실력과 스피드, 성실하게 동료들과도 잘 어울리면서 순조롭게 KBO리그 도전을 시작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좀처럼 시동이 걸리지 않던 버나디나였다. 안타는 물론 볼넷도 만들지 못하면서 기동력을 발휘할 기회가 없었다. 공격을 열지 못하는 톱타자가 되면서 성급한 이들은 버나디나의 ‘퇴출’을 이야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낯선 리그에서의 적응이 끝난 뒤, 버나디나는 전혀 다른 선수가 되어있었다.

쉴 새 없이 그라운드로 뛰어나간 그는 시원한 한방 실력까지 과시하면서 팬들을 환호시켰다. 버나디나의 홈런은 ‘헬멧 세러모니’를 부르는 흥겨운 축포이기도 했다. 머리를 짧게 자르면서 커져 버린 헬멧 덕분에 우연히 탄생한 세러모니였다. 동료와 팬들이 큰 헬멧을 손으로 누른 채 그라운드를 뛰는 버나디나를 따라 하면서 ‘헬멧 세러모니’가 완성됐다.

버나디나는 “함께 세러모니를 하면서 나를 맞아주는 게 놀랍고 행복하다”며 헬멧 세러모니를 좋아했다. 팬들이 불러주는 흥겨운 응원가도 버나디나에게는 특별했다. 그는 시즌 종료 후 진행된 KBO리그 시상식에서 득점상 수상자로 단상에 올라, 사회자의 요청에 따라 자신의 응원가를 부르며 웃기도 했다.

긴박한 상황에서도 풍선껌을 불며 그라운드를 누볐던 흥겨운 버나디나. 하지만 그라운드에 오르기 위해 준비하는 버나디나는 늘 진지했다.

버나디나는 “만족은 없다. 시즌 마지막까지 좋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자신에게 늘 부족한 점수를 줬다. 경기가 끝난 뒤에도 그의 하루는 끝나지 않았다. 특타도 열심이었던 그의 노력은 타이거즈 외국인 사상 첫 사이클링 히트와 역시 첫 ‘20(홈런)-20(득점)’으로 이어졌다. 1번에서 시작해 3번 자리에서 ‘해결사’로 활약을 하며 통합 우승도 만들어냈다.

버다니나는 “잊지 못할 한 해를 보냈다. 우리 팬들 대단했다”며 타이거즈 선수로서의 2017시즌을 말했다. KIA 구단은 ‘우승 멤버’와 함께 간다며 2018시즌을 이야기했다. 내년 시즌에도 KIA 팬들이 버나디나와 헬멧 세러모니를 함께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여울기자 wool@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