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대한민국 수험생 59만3500여 명과 학부모 모두가 가슴 졸이며 기다렸던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이 치러지는 날이다. 대부분의 수험생들과 가족들은 이날 하루를 위해 초·중·고 12년간의 ‘장기 레이스’를 벌여 왔을 것이다. 졸음이 쏟아져 내려앉는 눈꺼풀을 연신 비벼대며 잠을 쫓고, 성적 스트레스에 구토와 설사를 반복하는 일상 속에서 ‘수능’이라는 목표만을 향해 달렸을 수험생들을 보면 애잔하기까지 하다.

그런데 그동안 이처럼 힘들게 쌓아 온 ‘공든 탑’이 단 한 번의 시험으로 무너질지도 모른다는 점에서 수험생들의 부담은 더욱 클 것이다. 이 때문에 대학들이 내신과 교내 활동의 학교생활기록부를 중심으로 한 수시모집을 점차 늘려가고 있지만, 이마저도 생활기록부 조작 사건과 사교육 조장의 이유로 폐지 목소리가 높다.

수능이라는 입시 제도는 지난 1994년 도입돼 올해로 24년째가 됐다. 해방 직후 대학이 자율적으로 시험 문제를 출제해 입학생을 선발한 이후 본고사-예비고사-학력고사 등으로 입시 제도는 수없이 바뀌어 왔다. 수능 시험 도입 이후에도 정권이 바뀔 때마다 손질되면서 수험생들이 큰 혼란을 겪는 등 ‘누더기 수능’이란 논란도 있었다.

대학이 모든 걸 결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개인의 인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점에서 수능의 중요성이 항상 강조됐다. 하지만, 수능까지의 ‘입시 지옥’은 한창 창의력과 자율성, 그리고 인성을 키워 나갈 청소년들의 인생에 있어 큰 짐이자 걸림돌이다. 내신과 수능 점수에 내몰리면서 인성(人性)과 자율성 등이 뒷전으로 밀리는 게 안타깝다.

‘4시간 자면 합격하고 5시간 자면 떨어진다’는 ‘4당5락’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의 ‘입시 지옥’을 거친 수험생들이 이제 결전의 날을 기다리고 있다. 그렇다고 단 한 차례의 시험으로 수험생들의 미래가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말은 스포츠 경기에서 자주 사용되지만, 수능 결과가 아닌 인생도 마찬가지여서 끝까지 가 봐야 안다.

이번 수능 시험일에도 한파가 찾아온다고 한다. 그동안 하루하루 열심히 달려온 수험생들의 땀과 노력의 소중한 결실이 이날 하루 맺어질 수 있기를 바란다.

/최권일 정치부 부장 ck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