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나왔다. 그토록 기다리던 양심선언. 5·18 당시 공수부대 지휘관이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부대원과 함께 광주교도소 앞에서 민간인 세 명을 사살해 암매장했다는 것이다. 그는 1980년 5월 27일 계엄군의 옛 전남 도청 진압 작전에 ‘헬기 기총소사’가 포함됐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본보 기자가 최근 단독으로 만난 5·18 당시 3공수여단 11대대 소속 지역 대장 신 모(69) 소령은 “부대원들과 교도소 정문으로 접근하는 시위대 차량에 일제 사격해 3명을 사살, 교도소 앞 야산에 암매장했다”고 밝혔다. 또한 “15대대 부대원들이 교도소 담 인근에 구덩이를 파고 시신 2∼3구씩 15구를 묻는 것도 봤다”고 말했다.

신 소령은 이와 관련해 “15대대원들은 구덩이를 파고 시신 2∼3구씩을 던져 넣은 후 흙을 덮었다. 매장 장소를 알 수 있는 표시는 하지 않았다”면서 “당시 시위대 차량이 접근하면 무조건 쏘라는 지시가 있었다”고 증언했다. 그는 “옛 광주 교도소에서 현재 발굴 중인 곳에 12명이 묻혀 있었다고 들었는데, 15대대 구역에 더 많은 시신이 매장돼 있다”며 현재 알려진 것보다 더 많은 암매장이 있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5·18 당시 32세였던 신 소령은 11대대 소속 지역대장 4명 중 1명으로 광주에 파견된 영관급 지휘관이다. “모든 것을 털어놓고 나니, 그동안 가슴을 짓누르고 있던 고통이 조금이나마 해소된 기분”이라는 그는 “군인이라는 직업의식에 사로잡혀 좀 더 일찍 진실을 말하지 못해 죄송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우리는 신 소령이 늦었지만 용기 있는 고백을 해 준 것에 대해 고맙게 생각한다. 얼마 전 5월 단체들은 5·18 가해자라도 참회와 고백을 할 경우 용서를 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신 소령의 증언을 계기로 보다 많은 당시 공수부대 지휘관들의 양심선언이 이어짐으로써 5·18 진상 규명을 조속히 마무리할 수 있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