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윈스턴 처칠 총리는 정치인이기에 앞서 작가였다. 회고록 ‘제2차 세계대전’(6권)은 그에게 노벨문학상(1953)을 안긴 대표작이다. 처칠은 청년기부터 ‘로마제국쇠망사’ 등 역사서를 탐독했다. 세상을 보는 탁월한 안목과 격조 있는 문장은 폭넓은 독서에서 비롯됐을 것이다.

미국 제33대 대통령 해리 트루먼은 “모든 독서가가 지도자인 것은 아니지만 모든 지도자는 독서가다”라고 했다. “리더(leader)는 리더(reader)다”라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물론 국정을 책임지는 지도자는 책 읽을 시간이 부족하다. 그러나 경험의 한계를 보완하고 지혜와 통찰력을 얻기 위해선 독서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

중앙 정치 무대 경력이 일천했던 오바마가 대통령이 될 수 있었던 것도 독서 덕분이었다. 뉴욕타임스는 2009년 1월 오바마의 독서열에 대해 이렇게 기사화했다. “‘언어의 마술’에 관한 이해와 독서야말로 그가 미국인들과 자신의 생각을 소통하는 보기 드문 능력뿐 아니라 오바마 자신의 정체성과 세계관을 만드는 데 기여했다.”

우리나라 대통령 가운데 독서가로는 단연 DJ를 빼놓을 수 없다. 1980년 수감 중 이희호 여사에게 차입을 부탁한 책의 목록은 실로 다양했다. 야스퍼스의 ‘니체와 기독교’, 앙드레 모루아의 ‘미국사’, 뒤마의 ‘몬테크리스토 백작’, 중국 역사서 ‘십팔사략’ 등. 그의 폭넓은 지적 편력을 가늠하게 한다.

문 대통령도 중·고교 시절 역사와 소설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었다고 한다. 저서 ‘문재인의 운명’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원래 역사를 전공하고 싶었다. …처음 변호사 할 때 ‘나중에 돈 버는 일에서 해방되면 아마추어 역사학자가 되리라’는 생각을 한 적도 있다.”

최근 포스텍 이진우 석좌교수를 비롯한 26명이 ‘대통령의 책 읽기’를 펴냈다. 대통령에게 권하고 시민이 함께 읽는 책 읽기 프로젝트의 하나다. 저자들은 “사람이 책을 만들고 책이 사람을 만든다”며 “그렇게 만들어진 책과 사람이 세상을 만든다”고 강조한다.

우리는 불통과 무능이 초래한 리더십의 폐해를 톡톡히 경험했다. 대통령을 비롯한 지도자들이 시민과 함께 책을 읽고 토론하는 ‘여민독서’(與民讀書)의 문화가 꽃필 날을 기대한다.

/박성천 문화부 부장 sky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