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온 세상이 다 아는 민중의 지도자라네. 우리의 미래를 위해 당신의 가슴으로, 당신의 역사를 써 주오. 그러면 독재는 끝나리니. 꺼져라, 꺼져라, 꺼져 버려라. 독재여!” 지난 2015년 11월 8일 치러졌던 미얀마 총선을 앞두고 아웅 산 수치를 지지하는 민중들이 즐겨 불렀던 ‘강인한 공작새’(The Strong Peocock)라는 노래다.

미얀마에서 ‘공작새’는 민주화의 상징이다. 그런 이유에서 미얀마 국민은 수치를 ‘미얀마의 공작새’로 여겼다. 또 수치가 선거에서 압승한 뒤에는 그녀를 ‘어머니’(mother)라고 불렀다. 오직 수치만이, 민중의 아픈 마음을 헤아리고 보듬어 줄 것이라고 생각해서다. 당시 젊은이들 사이에선 투표를 했다는 표시로 왼쪽 새끼손가락에 보라색 잉크를 묻힌 모습을 촬영한 인증 샷이 인기를 끌기도 했다.

집권에 성공한 수치는 미얀마 국민을 독재에서 민주주의로 인도하면서 엄청난 고난을 감내한 정치적 성자로 받아들여졌다. 전 세계의 지도자들은 공개적으로 수치에게 찬사를 보냈으며, 일부 지도자들은 수치를 인도의 간디와 비교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2년이 흐른 지금, 수치는 ‘미얀마 내 소수민족 로힝야에 대한 군부의 야만적 탄압을 방관한다’는 이유로 국제사회의 손가락질을 받는 처지로 전락했다. 일부에선 “미얀마 최고 권력자가 된 수치에게 국제사회가 농락을 당했다”는 한탄까지 나오고 있다.

군부독재에 짓밟혀 신음했던 광주는 지난 2004년 수치에게 광주 인권상을 수여한 데 이어 2013년엔 명예시민증까지 수여하면서 각별한 애정을 표시해 왔다. 미얀마 민주화 운동에 ‘헌신’한 수치에게서 ‘한국 민주화의 과정에서 수많은 피를 흘려야 했던’ 광주의 모습을 보고 또 동병상련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최근 수치가 보여주는 일련의 행동에 대한 실망감도 클 수밖에 없다.

특히, 광주는 특정 정권에 의한 탄압과 소외를 오랫동안 경험해 왔던 만큼 한 국가 내에서 벌어지는 차별과 인종 청소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처참한 인권유린을 묵인하고 방조한 수치는 ‘민주화 성지’ 광주의 사랑을 받을 자격이 없다.

/홍행기 정치부장redpla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