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승부수로 던졌던 바른정당과의 ‘중도통합론’이 힘을 받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다. 당내에서는 호남 중진 의원들을 중심으로 탈당·분당 가능성까지 거론하는 등 반발이 점차 격해지고 있다. 여기에 ‘잠재적 파트너’인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까지 통합론에 거리를 두면서 안팎으로 벽에 부딪히고 있는 모양새다.

일단 안 대표는 중도통합론에 대해 국감 이후 논의할 사항이라며 직접 의원들을 만나 설득에 나서고 있지만 호남 의원들의 반발 강도는 더 강해지고 있다. 박지원 전 대표는 23일 CBS 라디오에 출연, 최소한의 소통 등 전략 부재의 문제점을 지적한데 이어 탈당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정동영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합의되지 않은 정체성 변경은 분당을 야기할 것”이라고 경고했으며, 천정배 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은 절대 안 된다”고 밝혔다.

중도 성향이었던 주승용·박주선 의원도 광주일보와 통화에서 “정치적 현실에 맞지 않고 별다른 전략도 없는 통합론에 대해 회의적”이라는 입장을 나타냈다.

통합론에 대한 반발과 함께 당 혁신기구인 제2창당위원회가 내놓은 지역위원장 일괄사퇴 권고 문제 역시 안 대표를 흔드는 뇌관이다. 찬성파에서는 “120명의 위원장이 이미 사퇴결의를 했다”고 주장하지만 반대 목소리도 만만찮다. 전날 원외 지역위원장들은 국회에서 별도 간담회를 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헤어졌다.

이처럼 내부 반발이 거세지면서 안 대표 측에서는 수습책 마련에 고심하는 모습이다. 안 대표 측은 “통합 여부는 국감 이후 논의를 해볼 것”이라는 원칙을 되풀이하면서, 여전히 통합 찬성파가 다수라는 주장을 펴며 대오가 흐트러지지 않도록 단속하고 있다. 또 안 대표는 이날부터 전·현직 지도부, 중진 의원들을 차례로 만나면서 소통을 강화하는 등 전열 정비에 힘을 쏟고 있다. 바른정당 유 의원의 ‘개혁보수 중심 통합’ 발언에 대해 안 대표는 이날 기자들을 만나 “내부용 메시지로 알고 있다”며 통합 가능성을 계속 열어두는 모습을 보였다.

국감 이후 통합론이 다시 논의되겠지만 호남 민심이 통합을 수용할 수 있는 결정적 계기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별다른 진전을 보이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이 경우, 안 대표의 리더십이 흔들리고 내부 갈등이 고조되는 등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국민의당은 위기에 봉착할 것으로 보인다.

/임동욱기자 tu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