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이종민(40)씨는 최근 광주시 서구 풍암호수로 산책을 갔다가 깜짝 놀랐다. 개 주인이 호수 산책로 한쪽에서 목줄을 하지 않은 대형 셰퍼드 4마리를 풀어놓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씨는 “개 주인이 자신과 10m 정도 떨어진 곳에 대형 개들을 풀어놓고 딴 짓을 하고 있더라”면서 “순간 공포감에 휩싸여 왔던 길을 되돌아 갔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광주시 북구의 한 주택에 거주하는 윤모(54)씨 골목을 배회하는 애완견들이 집 대문 앞에 시도 때도 없이 똥을 배설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윤씨는 “개를 산책시키면 배변 처리를 해야할 것 아니냐”면서 “일주일에 한 번 꼴로 집 앞에 개똥이 있어 불쾌하다”고 말했다.

반려견에 물려 숨지거나 크게 다치는 사례도 많다. 지난 9월 전북 고창에서는 산책하던 40대 부부가 대형 잡종견 4마리에 물려 크게 다쳤으며, 군산에서는 잡종 시베리안허스키가 초등학생(9)의 팔과 다리를 물기도 했다. 무안에선 주인에게 애완견 목줄을 채우고 다닐 것을 요구하던 60대 아파트 주민이 시비 끝에 중태에 빠지는 사건도 발생했다.

유명 한식당으로 알려진 한일관 대표가 최근 가수 겸 배우 최시원씨 가족의 반려견에 물려 패혈증으로 사망한 사실이 알려지자 ‘펫티켓’(펫+에티켓) 준수와 규제 및 안전조처 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최근 공공장소에서 목줄이나 입마개 등을 하지 않은 개가 행인을 공격하고, 반려견에 주인이 공격당하는 사례까지 이어지면서 관련법을 제·개정해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광주·전남에서도 매년 개에 물려 병원으로 실려가는 사고가 100건을 넘어서고 있다.

22일 한국소비자원 자료와 국회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윤재옥(자유한국당)이 소방청에서 제출받은 자료 등에 따르면 광주·전남에서 개에 물려 병원에 실려간 환자는 2014년 각각 33건, 122건, 2015년 25건, 113건, 2016년 39건, 119건 등이었다. 반려견에게 목줄이나 입마개 등을 하지 않아 생긴 사고가 대부분이었다.

동물보호법과 시행규칙에는 반려동물과 외출할 때는 목줄 등 안전조치를 하고 사람을 공격해 상해를 입힐 수 있는 맹견은 입마개를 채워야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이를 제대로 지키는 견주를 찾아보기 어렵다. 법을 어겨도 처벌이 50만원 이하의 과태료 부과에 불과한데다, 단속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다 보니 관련 사고도 끊이지 않고 있다는 게 관련 업계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온·오프라인에서는 이번 한일관 대표의 사망을 계기로 반려견 안전사고에 대해 주인에게 책임을 엄하게 묻거나 맹견을 키울 때는 사육허가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또 반려견주들의 타인을 배려하는 의식개선도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반려 견주 대부분이 “우리 아이(개)는 사람을 물지 않는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지만, 멀리 있는 개만 봐도 불안이나 공포를 느끼는 사람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견주의 책임을 강하게 묻는 ‘맹견관리법’ 제정을 요구하는 국민청원도 등록된 상태다.

한편 한식당 한일관 대표 김모(여·53)씨는 지난달 30일 서울 강남구 아파트에서 이웃에 사는 최시원씨 가족이 기르던 반려견 프렌치불도그에 물려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10월6일 패혈증으로 숨졌다.

/박진표기자 lucky@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