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소득 5000만원 시대’를 열겠다던 농협이 여전히 일선 하나로마트에서 수입농산물을 판매하고 있는 등 ‘농심’(農心)을 외면하고 있다. 농민들이 생산한 우리 농산물 활성화에 나서도 모자랄 판에 바나나와 포도 등 수입농산물을 버젓이 판매 중으로, 농협중앙회는 제대로 된 단속과 처벌도 지시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2일 국민의당 황주홍 의원이 농협중앙회로부터 제출받은 국감자료에 따르면 전국의 82개소 농협 하나로마트에서 수입 농산물을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8월 적발된 전국의 하나로마트는 총 82개소였다. 지역별로는 광주 6개소를 비롯해 ▲경기 40개소 ▲강원 19개소 ▲경북 12개소 ▲서울 2개소 ▲인천 2개소 ▲충남 1개소 등이다.

현재 농협중앙회는 ‘수입 농산물 판매금지 기준’에 따라 전체 농협판매장에서 수입산 농산물 판매를 일체 금지하고 있다.

문제는 수입산 농산물 판매를 두고 단속 및 처벌에 나서야할 농협중앙회가 최근 3년간 단속과 처벌도 지시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일부 매장의 경우 농민단체의 항의나 단속에 판매를 중단했다가 추후 판매를 재개하는 등 수입농산물 판매가 근절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또 농협의 ‘경제 통합 시스템’에서도 농협 하나로마트에서 수입농산물은 전혀 판매되지 않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각 개별 농협 하나로마트가 수입농산물을 국산 농산물 코드로 등록해 판매한 것으로, 수입농산물을 판매하지 않는 것으로 보이기 위한 ‘꼼수’라는 지적이다.

여기에 농협공판장을 통해 유통된 수입농산물 규모도 최근 5년간 매년 증가하면서 총 금액이 무려 1조1918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더불어민주당 박완주 의원의 ‘최근 5년간 농협공판장 수입농산물 취급현황’에 따르면 지난 2013년부터 올해 8월까지 농협공판장을 통해 유통된 수입농산물은 총 60만5288t이었다.

▲2013년 11만4770t(2124억원) ▲2014년 11만2767t(2234억원) ▲2015년 12만8504t(2499억원) ▲2016년 13만8441t(2846억원)으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과일류가 9206억원(77.2%)으로 가장 많았고 채소류 1750억원(14.7%) 기타 962억원(8.1%) 순이다.

일선 농협 하나로마트에서 수입농산물을 판매하고 농협공판장의 수입산 비중이 커질수록 농민들의 소득은 하락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농협이 애초 설립취지와 목적과 달리 수익사업에만 매달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은 “매년 농협중앙회의 수입농산물 판매가 지적되고 있는데도 조합장들이 다문화 가정을 위한다는 등의 핑계로 판매를 이어가고 있다”며 “농협의 수입농산물 판매는 농협 정신과 역할을 스스로 포기한 것이다”라고 밝혔다.

/박기웅기자 pboxer@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