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집회 1주년이 다가오고 있다. 지난해 10월29일 서울 광화문광장에는 2만여명의 국민이 “박근혜 퇴진”을 외쳤다.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이 주최한 첫 촛불집회였다. 최순실씨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연설문 등을 고쳐줬다는 증거가 담긴 ‘태블릿 PC’보도 이후 ‘최순실 국정농단’ 사례가 연일 보도되는 상황이었다.

이날 첫 집회 이후 박 전 대통령은 다시 대국민 사과담화를 내놨다. 하지만, 사과라기보다 변명으로 일관했다는 비판이 쏟아졌고 이는 국민의 분노에 기름을 붓는 결과를 낳았다. 이후 거의 매주 광화문 광장은 촛불을 든 국민으로 가득 찼다. 첫 집회부터 대선 직전인 4월29일 23차 집회까지 모두 1684만 8000명(주최 측 추산)이 참석했다.

촛불을 든 국민의 힘은 거셌다. 비폭력적 수단으로 지난해 12월9일 국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가결로 이끌었고 급기야 지난 3월10일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을 만들었다. 나아가 박 대통령의 수감과 조기 대선이 이뤄졌다. 대선 결과, 10년 만에 보수정권이 몰락하고 개혁정부가 탄생했다. 이른바 촛불혁명이다.

외신들은 이에 대해 “성숙한 민주주의를 보여 줬다”며 놀라움을 표시했다. 시민이 헌법상 보장된 권리와 절차에 따라 대통령 탄핵과 정권 교체를 이끌어 냈다는 점에서다. 전혀 피를 보지 않고 혁명적 결과를 이뤄냈다는 점에서 ‘명예혁명’에 견주기도 했다.

촛불집회는 국민의 정치적 자각을 확산하는 결과를 만들었다. 국민은 국정 농단에 대한 허탈감과 부끄러움으로부터 참여민주주의의 중요성을 인지, 정치에 많은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나아가 국민의 권리를 의식하기 시작했다. 주권자로서 주체의식을 갖게 한 것이다.

이를 통해 직접 민주주의가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100일을 맞은 지난 8월20일 대국민 보고대회에서 “국민은 주권자로서 평소 정치를 구경만 하고 있다가 선거 때 한 표 행사하는 간접민주주의로는 만족하지 못한다”며 ‘직접민주주의’의 구체적 예를 들었다. “촛불집회처럼 정치가 잘못할 때 직접 촛불을 들어 정치적 의사표시를 하고, 댓글을 통해 의사를 표시하고, 정당의 권리당원으로 참여하고, 정부에 정책도 직접 제안하고 반영해줄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새 정부 들어서 사회 곳곳에서는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이른바 ‘적폐 청산’이다. 벌써 박근혜 정부에서 비선실세 국정농단 중심에서 활동한 수많은 인사와 정경유착의 대표적 사례인 삼성전자의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됐다. 또 이명박 정부 때부터 이뤄진 수많은 몰상식적 일들이 검찰의 수사 대상이 됐다.

하지만, 촛불혁명은 아직도 진행 중이란 지적이 대부분이다. 기득권 구조를 청산하고 선거제도의 개혁과 개헌 등 낡은 사회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일이 아직도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손호철 서강대 교수는 지난 3월 펴낸 책 ‘촛불혁명과 2017년 체제’에서 “촛불에 참여한 많은 시민이 바란 것은 단순한 박근혜의 물리적 퇴진을 넘어서 보다 근본적인 우리 사회의 변화였다”고 썼다. 우리 사회의 근본적 변화 없이는 미완의 촛불혁명에 불과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박태균 서울대 교수도 “1000만 촛불의 기적은 한국 민주주의의 엄청난 잠재력을 보여줬지만, 동시에 ‘광장민주주의’가 아직 ‘현장민주주의’에 도달하지 못한 현실을 처연하게 돌아보게 한다”며 “우리는 ‘광장’에서 위대한 민주주의 혁명을 이뤘지만, 정작 실제 삶이 영위되는 ‘현장’에서는 지극히 비민주적인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비민주적 일상을 고치는 것이 진정한 혁명의 성공이란 지적이다.

/박지경기자 jk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