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내일 당신의 집 앞에 ‘책’ 한권이 담긴 ‘거시기 봉투’가 놓여있을 지도 모른다. 자주 이용하는 버스 정류장이나 카페, 공원에서 만날 수도 있겠다. 봉투엔 ‘누구든지 열어보세요’라 적혀 있으니 부담 없이 내용물을 확인하면 된다.

지역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사)청년문화 허브(이사장 정두용) 가 책 공유 프로젝트 ‘거시기’를 시작했다.

‘거시기 봉투’는 가지고 있기에도 버리기에도 애매한, 나에게는 필요없지만 다른 이에게는 필요한 무언가를 넣어 이웃과 나누기 위한 ‘공유형 선물 주머니’다. 일상 공간에서 ‘공유 문화 프로젝트’에 참여해 보자는 생각에서 출발한 프로젝트는 ‘책 공유’에 중점을 두고 진행된다. 책이 아니더라도 처리하기 거시기 했던 물건을 넣어도 된다.

프로젝트는 “책꽂이에 먼지만 쌓여가는 책들의 기분은 어떨까, 이런 책들이 새로운 세상과 친구들을 만나게 해보자”라는, 조금은 엉뚱한 상상에서 출발했다.

“책을 좋아하는데 집에 책이 많아지는 게 부담이었어요. 참 재미있게 봤는데 소설은 한번 읽으면 안 보는 경우가 많잖아요. 중고서점에 팔거나 기부하는 것도 사실 좀 귀찮기도 하구요. 어느날 생각했어요. 날마다 우리 집 앞에는 치킨 광고가 걸려 있는데 그런 광고물 대신 ‘책봉투’가 걸려 있으면 어떨까 하구요. 좋은 책은 돌려보면 좋잖아요.”

청년허브 정두용 이사장은 늘 ‘재미있는’ 일을 궁리하던 회원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이번 프로젝트를 기획하게 됐다.

청년문화 허브는 자체 독서모임에서 부터 시작해 백영옥의 ‘실연당한 사람들의 일곱시 조찬 모임’ 등의 책이 담긴 깜짝 선물 주머니를 이곳 저곳 배포중이다. 현재 문화쌀롱 삐라빠라뽀, 카페이랑, 나미야 우체통(전대점, 삶디점, 상무점) 등에서 만날 수 있으며 개별 배포도 진행중이다.

‘거시기 봉투’에는 누군가와 함께 읽고 싶어 넣어둔 책 한권과 거시기 안내장, 엽서, 스티커 등이 담긴다. 책 주머니를 받은 사람은 책이 마음에 들 경우 읽은 뒤 봉투에 넣어 다시 버스 정류장, 공원, 카페, 개인 사무실, 집 등에 내놓으면 된다. 이 책을 함께 읽고 싶은 이유 등을 엽서에 적어 보내면 금상첨화다.

만약 책이 아니라, 다른 ‘물건’이 들어 있을 경우엔 필요한 사람이 가지면 된다.

거시기를 발견하거나 프로젝트에 참여할 때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에 #프로젝트 거시기 해시태그를 달아 SNS에 전체 공개로 올리면 추첨을 통해 상품도 증정한다.

정 대표는 “누군가에게 권하고 싶은 책을 릴레이식으로 함께 읽어보자는 생각에서 출발했다”며 “프로젝트 활성화를 위해 함께 나눌 책도 협찬받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홈페이지:www.culturehub.kr. 이메일:culturehub@daum.net. 문의 062-415-3540.

/김미은기자 me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