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타이거즈가 ‘미칠 선수’를 찾고 있다.

175일의 1위 질주 끝에 한국시리즈 직행 티켓을 따낸 KIA는 결전의 날인 25일을 기다리고 있다.

플레이오프가 뜨겁게 전개되는 가운데 한국시리즈 개막이 다가오면서 KIA 선수단의 분위기도 점점 고조되고 있다.

지난 6일 시즌 종료 후 첫 훈련을 시작한 KIA는 11일 라이브 훈련에 이어 14일 첫 연습경기로 한국시리즈를 위한 본격적인 체제로 전환했다. 그리고 17일 첫 야간 훈련 뒤 18일에는 진짜 같은 야간 경기도 치렀다.

14일 주간 경기로 7이닝을 소화했던 KIA는 이날은 오후 6시 30분에 경기를 시작해 정규이닝인 9이닝을 모두 뛰었다.

2군 선수단을 챔피언스필드로 불러 홍팀과 백팀을 구성했고, 실제 경기처럼 라인업 안내 방송도 하고 응원가도 트는 등 긴장감 있는 분위기에서 경기를 진행했다.

양 팀 덕아웃 표정은 조금 달랐다.

백팀은 한국시리즈 활약을 준비하고 있는 주축 선수들로 구성됐고, 홍팀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엔트리 몇 자리에 도전하는 선수들이 주를 이뤘다.

주전급 선수들에게는 컨디션 점검을 위한 시간이지만, 그렇지 못한 이들에게는 눈도장을 찍기 위한 필사적인 어필 무대. 김기태 감독과 코칭 스태프에겐 ‘미칠 선수’를 찾는 자리이기도 하다.

‘가을 잔치’를 보는 재미 중 하나는 ‘미친 선수’의 등장이다.

KIA가 ‘V10’을 이뤘던 2009년 한국시리즈에서는 베테랑 이종범이 3타수 2안타 3타점의 활약으로 1차전 승리를 이끌고, 1차전 승리에 이어 5차전 완봉승을 신고했던 로페즈가 그리고 7차전 불펜 등판까지 소화하는 등 해줘야 할 선수들의 활약이 있었다. 그리고 기대하지 않았던 막내의 눈부신 활약이 V10의 결정타가 됐다.

신인답지 않은 침착한 수비로 2루 자리를 굳게 지켰던 안치홍은 7차전에서는 3-5로 뒤진 7회말 추격을 알리는 솔로포를 터트리면서 한국시리즈 최연소 홈런 기록을 갈아치웠다. 막내의 야무진 한방에 힘을 낸 선수들은 김원섭의 적시타로 승부를 원점으로 되돌렸고, 9회말 나지완의 끝내기 홈런으로 우승의 영광을 누릴 수 있었다.

이번 포스트 시즌에서도 예상하지 못했던 ‘미친 선수’가 승패의 향방을 바꾸고 있다.

동성고 출신의 NC 다이노스 노진혁은 롯데 자이언츠와의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2홈런 포함 4안타 4타점의 활약으로 데일리 MVP가 됐고,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는 노진혁의 동성고 2년 선배인 두산 베어스 최주환이 잠실 담장을 넘기는 역전 만루포로 데일리 MVP가 됐다. NC 김준완도 스크럭스의 역전 그랜드슬램에 묻혔지만 미친 수비로 팀에 플레이오프 1차전 승리를 안겨줬다.

‘미친 선수’의 등장을 기다리는 KIA는 18일에 이어 19일에도 야간 홍백전을 갖고 옥석 가리기에 나섰다. KIA는 20일 휴식 뒤 21일 마지막 연습 경기를 통해 한국시리즈에서 뛸 최종 30인의 명단을 확정하고, 합숙 훈련에 들어간다.

/글·사진=김여울기자 woo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