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의 국회 통과는 여권에 ‘협치’의 과제를 다시 각인시켰다는 평가다. 이날 개표함을 열기 전까지 가결을 장담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야권과의 협치가 없이는 정기국회에서의 개혁법안 및 예산 처리 과정에서도 피를 말리는 상황의 반복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일단, 더불어민주당 등 여권은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21일 우여곡절 끝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가슴을 쓸어내렸다. 여야의 표 대결 상황에서 기대 이상인 160표를 확보하는데 성공, 김이수-김명수 후보자 연속 부결로 인한 사법부 공백이라는 최악의 사태를 막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민주당도 여소야대의 위력을 절감한 만큼 한층 까다로워진 ‘협치 방정식’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다. 당내에서는 집권여당으로서 몸을 더 낮추고 국민의당 등 야당과 더 과감한 협치에 나서야 한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현안이 닥쳐서야 야권에 읍소하는 전략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또 야권에 대한 비판 과 반목으로는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견인할 수 없고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전략적으로도 미숙하다는 것이다. 적절한 경쟁과 견제를 통한 맏형의 리더십과 비전으로 승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한 뿌리’를 가진 국민의당에 대해서는 ‘연정 수준의 협치’가 필요하며, 이번 기회에 이를 제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이를 반영하듯 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이날 본회의 표결 이후, “국민의 바람을 국회가 외면할 수 없었던 것”이라며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회동 등을 통해 협치에 적극 나서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우원식 원내대표도 “사법개혁을 바라는 국민의 승리라고 생각한다”며 “개혁과 민생을 위해 뜻을 함께하는 야당과 손을 굳게 잡고 협치의 길을 활짝 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협치가 잘 이뤄질 것인지는 미지수다. 당장 정기국회에서 정치적 존재감을 확보하기 위한 여야 간의 피 튀기는경쟁이 불가피 하기 때문이다. 특히,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호남의 지지를 두고 충돌할 수밖에 없어 이번 정기국회에서 협치가 자리 잡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당장, 국민의당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여권의 난맥상 등을 집중적으로 파헤쳐 제3당으로서의 정치적 존재감을 최대화, 내년 지방선거에서의 승리를 견인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런 가운데 자유한국당·국민의당·바른정당 등 야3당의 공조는 제동이 걸렸다. 지난 11일 김이수 전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부결시키면서 공조의 위력을 과시한 이후 열흘만이다. 이번 표결을 계기로 이번 정기국회 과정에서 주요 현안을 놓고 민주당·국민의당, 한국당·바른정당의 대결 구도가 형성될 가능성이 커졌다. 하지만, 4당 교섭단체 체제라는 점에서 주요 현안을 두고 정치적 이해득실에 따라 합종연횡 구도로 흐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한편, 청와대는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통과에 환영의 입장을 나타냈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춘추관 브리핑에서 “사법부 수장 공백사태를 피해갈 수 있게 돼 다행”이라며 “임명동의안을 처리해준 입법부에도 감사드리며 더욱 협치하고 소통하는 데 힘 쓰겠다”고 강조했다.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 뉴욕 순방을 마치고 귀국하면 내주 중 야당 대표와의 회동도 조율할 방침이다.

/임동욱기자 tu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