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정보수집 기관의 양대 축은 국가정보원과 경찰이다. 국정원은 ‘안보’를, 경찰은 ‘치안’을 목적으로 주요 기관과 인물 동향 등을 파악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국정원은 대선 댓글 조작,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 등 안보를 명분 삼아 광범위한 정보를 수집, 사찰의 주범으로 지목돼 왔다.

문재인 대통령은 공약으로 국정원의 국내 정보 수집 금지를 내걸었고, 국정원도 스스로 개혁위원회를 꾸려 정보 수집 권한을 축소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서훈 신임 국가정보원장도 “국내 정보관의 각종 기관 출입을 전면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경찰은 여전히 경찰법에 따라 치안정보 수집을 위해 각 기관과 기업체, 시민·사회단체 등을 수시로 출입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경찰이 국내 정보수집 권한을 독점하게 돼 ‘정보 왜곡’, ‘영향력 강화’ 등 또 다른 폐단이 나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 경찰서 정보과 직원들은 주요 관공서 등을 출입처로 정해놓고 정보수집을 위해 기관장과 직원을 접촉하는 일이 잦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광주 경찰을 비롯한 전국적인 현상으로, 일부 기관에선 시대적 흐름에 맞지 않은 수사 활동이라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광주의 한 자치단체 관계자는 “특별한 잘못이 없는데도 수사권을 가진 정보관이 방문하면 혹시라도 잘못 보일까봐 부담감이 있다”면서 “선거직인 자치단체장들은 이들의 말 한마디에 진땀을 빼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광주경찰청은 현재 인권강화 등 정부의 정책 기조에 따라 자체적으로 치안활동을 위한 최소한의 정보만 수집하는 방안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0일 광주지방경찰청 등에 따르면 경찰은 경찰법에 따라 정보과 또는 정보보안과를 운영하고 있다. 광주의 경우 정보관은 지방청과 5개 경찰서를 합쳐 모두 100여명이 활동하고 있다.

정보과의 주요 업무는 ‘치안정보업무에 관한 기획’, ‘치안정보의 종합·분석 및 조정, ‘정책정보의 수립·종합 및 분석’, ‘신원조사 및 기록관리’, ‘집회신고접수’ 등으로, 내·외근직으로 나뉜다.

외근직은 직원마다 맡은 지역과 출입처가 있으며, 구청이나 교육청, 사회단체, 문화기관, 기업 등을 각각 전담하고 있다. 외근직 직원이 치중하는 업무는 ‘집회 관련’이지만, 범죄 첩보, 주민 집단 민원 청취, 국가정책을 집행하는 기관의 업무 관련 정보, 공직자 비리 첩보 수집 등도 중요 업무다. 이들이 수집한 정보는 수시로 상부기관에 보고된다.

이들은 특히 경찰청 본청에서 특정사안과 관련해 정보수집 명령을 내릴 경우 전국 50개 경찰서별로 정보를 취합·분석한 뒤 보고하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

일선 경찰서 정보과는 상부에서 내려오는 특별 요구 첩보(SRI·Special Required Information)를 처리하기 위한 3∼4명 기획정보관을 따로 구성하고 있다. 광주의 경우 5·18,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등과 관련한 정보들이 전국 현안으로 분류돼 상황 발생시 즉시 보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경찰의 정보수집 시스템이 사안에 따라서는 공공기관은 물론 민간기업, 민간인에 대한 ‘사찰’로도 바뀔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국정원의 국내 정보수집 기능이 사라졌다는 점에서, 경찰의 정보 독점에 따른 ‘정보 왜곡 보고’ 등도 우려되고 있다.

참여자치21 관계자는 “적법한 범위에서 경찰의 정보수집을 반대하지는 않지만 인권침해 등을 고려해 최소한의 정보활동만 해야한다”고 조언했다.

권영만 광주경찰청 정보과장은 “경찰의 활동은 법에 따른 것으로, 정보 수집 권한 확대로 비치지 않도록 발로 뛰면서 좋은 치안 정보를 수집하기 위한 순회교육 등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용희기자 kimyh@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