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흥과 보성지역의 사망자 2명 중 1명은 죽음을 피할 수 있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적절한 치료나 예방을 했다면 사망자 중 45%는 죽음을 맞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20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지역박탈에 따른 회피가능사망률 격차와 함의’ 보고서에서 지역 박탈지수가 클수록 해당 지역의 총사망률과 회피가능사망률도 높아졌다고 밝혔다. 박탈지수는 한 지역의 박탈과 결핍 수준을 숫자로 나타낸 것이다. 주거환경의 낙후 정도와 교육 수준, 노인 인구ㆍ1인 가구, 아파트 거주ㆍ여성 가구주, 이혼 및 사별 비율 등을 종합해 점수화했다. 지역의 사회·경제적 수준을 대표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지표다.

전남지역 22개 시군의 박탈지수는 신안군 15.86, 고흥군 15.28로 상위 1·2위를 차지했다. 이어 함평군(14.82), 보성군(14.71), 곡성군(14.00), 진도군(12.74), 강진군(12.57), 장흥군(12.41), 구례군(12.32) 순이었다.

반면 광양시(-5.26), 목포시(-2.81), 순천시(-2.77), 여수시(-0.03)는 박탈지수가 낮았다. 시(市)단위가 군(郡)단위보다 사회·경제적 수준이 높다는 뜻이다.

이 박탈지수를 지역별 ‘회피가능사망률’(예방가능사망률+치료가능사망률)과 비교한 결과, 박탈지수가 높은 지역의 회피가능사망률은 최고 45.7%, 낮은 지역은 최저 36%로 격차가 무려 9.7%포인트가 났다.

회피가능사망은 조기 사망(75세 이전 사망) 중 적절한 치료나 조기 검진, 정부의 건강 정책 등이 선행됐다면 피할 수 있었던 사망을 뜻한다.

2013년 기준으로 담양지역 주민의 총 사망률은 인구 10만명당 357명인데, 이 중 회피가능사망률은 165명으로 46.3%에 달했다. 이들은 적절한 치료나 예방 했다면 죽음을 맞지 않았다는 것이다.

고흥군은 인구 10만명 당 총 사망률 486.6명으로 이 중 45.7%인 222.3명(예방 192.6명, 치료 76.2명)이, 보성군은 총 사망률 398.3명 중 179.3명(45%)이, 진도군은 총 사망률 412.4명 중 184.2명(44.7%)이 피할 수 있었던 죽음을 맞았다.

이들 회피가능사망률이 높은 지역은 상대적으로 박탈지수가 높았다.

우리나라 총 사망률은 인구 10만명당 377.1명인데, 이 중 회피가능사망률은 138.5명으로 36.7%였다. 전국 평균인 36.7%보다 낮은 전남 지자체는 순천시(36%)와 광양시(36.7%) 두 곳뿐이었다. 나머지 지자체는 전국 평균을 상회했다.

이는 회피할 수 있는 데도 죽음을 맞이한 곳이 많다는 것을 의미하고, 그만큼 전남의 공중보건이 열악하다는 방증이다.

전남지역 내 회피가능사망률은 박탈지수가 높은 고흥군(2위)이 222.3명에 달한데 반해 박탈지수가 낮은 순천시(20위)는 138.3명에 불과했다. 피할 수 있었던 죽음을 겪은 사망자 수가 고흥군민이 순천시민에 비해 1.6배가 많았다는 얘기다.

보건사회연구원은 특히 회피가능사망 중에서도 ‘예방가능사망률’이 박탈지수와 더 큰 연관성을 보인다고 결론을 내렸다. 예방가능사망은 감염, 당뇨병, 알코올ㆍ약물 남용 등에 의한 사망처럼 공중보건 정책으로 사전에 막을 수 있는 사망을 뜻한다. /박정욱기자 jw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