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가계부채 확대에 제동을 걸자 은행들이 예대금리차 확대로 수익성 방어에 나서면서 경기불황 속 서민가계의 대출이자 부담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대출 금리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지만 수신금리는 되레 떨어지면서 예대금리차가 2년 여만에 최대 수준으로 치솟았기 때문이다.

20일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지난 7월 국내 은행의 가계대출 금리는 연 3.46%로 전월보다 0.05%포인트 올랐다. 집단대출 금리는 3.16%로 한달 사이 0.04%포인트 올랐고 보증대출은 3.35%로 0.14%포인트, 일반신용대출은 4.44%로 0.03%포인트 각각 상승했다.

특히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3.28%로 전월보다 0.06%포인트 올랐다. 이는 2015년 1월(연 3.34%) 이후 2년 6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은행채 등 지표금리가 상승하면서 대출금리가 전반적으로 올랐다”며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로 대출심사가 깐깐해진 점도 영향을 준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예·적금 등 수신금리는 상승하기는 커녕 오히려 떨어지고 있다. 지난 7월 은행의 저축성 수신금리(평균)는 연 1.48%로 전월보다 0.01%포인트 하락했다.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1.43%로 전월대비 0.03%포인트 떨어졌고, 정기적금도 1.58%로 전월보다 0.05%포인트 내렸다.

이에따라 은행의 대출금리와 이차이인 예대금리차(잔액기준)는 2.27%포인트로 집계됐다. 이는 2015년 2월(2.27%포인트) 이후 27개월 만에 최대였던 6월과 같은 수준이다.

신규 취급액을 기준으로 한 7월 예대금리차는 1.97%포인트로 6월(1.95%포인트)보다 0.02%포인트 올랐다. 신규 취급액에서 기업대출을 제외하고 가계대출 금리와 저축성 수신금리를 비교하면 7월 예대금리차는 1.98%포인트로 커졌다.

이런 예대금리차 확대는 은행권의 실적으로 그대로 이어졌다.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예금금리보다 빠르게 인상한다면 예금과 대출의 금리 차이는 더욱 벌어지게 되고, 이는 고스란히 은행의 이자이익으로 연결된다.

실제로 국내 은행의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8조1000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3조원)보다 5조1000억원 급증했다. 이자이익은 18조원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1조1000억원 늘었고, 비이자이익은 4조5000억원으로 1조3000억원 증가했다.

문제는 앞으로도다. 가계대출 금리가 오름세를 보이는 등 여신금리가 뛸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올 하반기부터 부동산 투기과열지역을 중심으로 대출규제를 강화하는 부동산 대책이 시행되면서 은행권의 가계대출 심사가 한층 엄격해지고 있는 만큼 가산금리 상승에 따른 전반적인 금리 수준이 더 올라갈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들은 금리 상승기에 대출금리는 빠르게 올리면서도 예금금리 인상을 늦추는 방식으로 예대마진을 극대화하려는 경향이 있다”며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가계부채 억제를 주문하고 있는 만큼 가산금리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대성기자big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