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를 위한 정부 법안이 윤곽을 드러냈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이미 대통령 업무 보고에서 관련 법안의 신속한 통과와 시행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만큼 이번 정기국회에서 논의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법무부 산하 법무·검찰 개혁위원회가 지난 18일 내놓은 공수처 신설 권고안은 검사 50명을 포함해 수사 인원만 최대 122명에 달한다. 수사·기소·공소유지권을 모두 갖고 경찰·검찰 수사가 겹칠 때는 공수처가 우선 수사할 수 있도록 했다. 수사 대상에는 대통령부터 총리, 국회의원, 판검사,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군 장성 및 2급 이상 공무원에 이르는 고위 공직자들이 포함됐다. 수사 대상 범죄도 뇌물수수와 정치자금 부정수수 외에 공갈, 직권 남용, 선거 관여, 국정원의 정치 관여 등 고위 공직 업무 전반과 관련한 범죄로 폭넓게 정해졌다.

공수처 신설은 김대중 정부 때부터 논의가 시작됐지만 검찰의 반대 등으로 진전을 보지 못했다. 하지만 ‘박근혜·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을 통해 검찰 출신인 김기춘·우병우의 전횡이 드러나고 진경준 전 검사장의 ‘넥슨 주식 뇌물 사건’ 등이 이어지면서 국민적 요구가 분출했다.

여기에는 권력만 바라보는 일부 정치 검사와 부패 검사의 행태도 큰 몫을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와 BBK사건, 국정원 댓글 부대, 민간인 사찰 등 대형 사건에 상당 부분 정치 검찰이 관여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국민의 분노를 샀다. 정권의 독주를 강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검찰권이 행사된 것이다.

이런 점에서 공수처 설치는 공직사회 부패 척결과 검찰 개혁을 열망하는 국민의 시대적 요구를 반영한 것이다. 국회는 자칫 초헌법적인 권력기관이 될 수도 있다는 야권의 우려까지 고려해 견제 장치를 마련하는 등 보완을 거쳐 법안을 신속하게 처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