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우 작가 “사람을 완전히 이해하는 것은 언어를 번역하는 이치와 같아”
2017년 09월 21일(목) 00:00 가가
소설집 ‘모르는 사람들’ 펴내
관계를 주제로 한 8편 수록
관계를 주제로 한 8편 수록
이승우 작가
“소설을 쓸 때 단일한 의식을 가지고 쓰지는 않는다. 이번 작품집 또한 그동안 천착해왔던 연장선에서 주제의식을 형상화했다. 예컨대 개인의 내면에서 일어나고 있는 자기 기만, 자기 합리화를 반영하는 작업일 수도 있겠다. 이번에는 사회적 이슈가 간섭을 했는데, 세월호, 탄핵국면의 충격이 들어와 있다.”
‘프랑스가 주목하는 한국 작가’ 이승우<사진>. 그는 신학적 세계관을 토대로 자신만의 독특한 창작세계를 펼쳐왔다. 지난 3월에는 프랑스에서 이 작가의 소설 ‘지상의 노래’가 일곱 번째로 번역·출간됐다. 또한 한국 작가로는 처음으로 프랑스 ‘브롱 도서전’에 참가해 프랑스 독자들을 만나기도 했다.
장흥 출신 이승우(조선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작가가 최근 소설집 ‘모르는 사람들’(문학동네)를 펴냈다. 모두 8편이 수록된 창작집은 지난 2014년 ‘신중한 사람’(문학과지성사)에 이은 열 번째 작품집이다. 이에 앞서 작가는 올 봄 아홉 번째 장편소설 ‘사랑의 생애’를 출간한 바 있다.
소설집 제목 ‘모르는 사람들’이라는 말이 유독 눈길을 끄는 것은 이승우 작가의 작품 세계를 대변한 듯한 느낌 때문이다. 작품집 속의 단편 ‘모르는 사람’을 복수화해 붙인 것이다. ‘모르는’은 그동안 작가가 펼쳐왔던 주제의 연장선에 있다. 사유와 종교를 기반으로 한 그의 소설세계는 다분히 형이상학적이고 분석적이라는 평이 따랐다.
수업을 끝내고 왔다는 작가의 말에서, 여전히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이 그려졌다. 그는 가르치는 교수이자 퇴근해서는 예외 없이 거의 매일 글을 쓰는 작가다. 삶이 온통 창작이라는 매개를 통해 전개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소설은 관계에 대해 초점을 맞춘 작품이다. 납득할 수 없는 인생의 원리, 안다고 믿었던 관계에 대해 한번쯤 의문을 제기했던 거다.”
그러면서 그는 “사람은 불완전한 존재여서 그를 안다고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사람과의 관계에 있어 완전한 소통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람을 이해한다는 것은 언어를 번역하는 것과도 같은 이치”라고 덧붙였다. 다른 문화권의 언어를 우리말로 번역할 때와 같은, 완벽한 이해가 아닌 감으로 느낀다는 의미였다. 작가는 이번 소설에서 가까이 있는 사람과의 소통은 어렵다는 점에 주목했다.
“상호 이해 불가능이 외부인에게까지 문을 열지 못하도록 영향을 미치는 것 같아요. 이방인들이 낯설어서 그런 게 아니라 우리 안의 폐쇄적 문제가 원인이지요.”
표제작 ‘모르는 사람들’은 십 일 년 전 말없이 사라진 아버지를 매개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이 세상은 견디는 것이다”라는 말을 남기고 떠난 아버지의 부고가 십 일 년만에 온 것이다. 그것도 뜻밖의 장소인 아프리카 레소토에서.
화자인 나는 가족에게서 자신을 ‘떼어낸’ 아버지를 이해할 수 없다. 어머니는 비논리적인 이유를 붙여 아버지의 부재를 설명한다. 아버지가 광고회사 모델과 해외로 몰래 떠났다가 비행기 사고로 사망했다는 것이다. 탑승자 명단에서 여배우의 이름을 보고, 그녀가 남편과 불륜관계라고 확신을 한다.
그러나 반전이 일어난다. 부고를 알린 선교회에서는 아버지가 선교활동을 하다 말라리아로 죽었다고 한다. ‘그러므로 어머니에게 아버지는 가장 멀리 있는 사람이자 가장 모르는 사람이었을 것이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을 이해하는 가장 쉽고 위험한 방법은 이해할 수 있는 것만 이해하는 것이다. 가장 쉽지만, 이것은 사실은 이해가 아니라 오해하는 방법이기 때문에 이해하는 것보다 위험하다”(‘모르는 사람’중에서)
다른 작품에서도 이러한 ‘모르는’ 관계와 실재에 대한 이야기가 변주된다. 단편 ‘복숭아 향기’에서는 화자가 자신이 유복자였다는 사실을 고향 M시에 근무하고 되면서 알게 된다. 아버지를 잃고 떠나온 곳이어서, 어머니는 M시에 대해 말하지 않은 것이다. “어떤 이야기는 말해져야 할 시간에 말해지고 어떤 이야기는 말해지지 않아야 할 시간에 말해진다”는 표현이 주제의식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한편 이승우 작가는 제자들을 가르치면서 꾸준한 글쓰기를 강조한다고 한다. “작가는 결국 한두 편으로 평가를 받지만, 쓰는 동안에도 평가를 받기 때문에 쉬지 않고 글을 쓰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학생들의 요즘 글쓰기 태도에 대해서도 조언을 덧붙인다.
“인터넷, 스마트폰 등 새로운 매체의 역동성이 빠르게 파고들고 있다. 물론 순기능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문자로 글을 쓴다는 것은 사고능력의 핵심인데 이런 것이 없어진다는 데 문제가 있다. 뭐랄까, 치열한 열정과 끈기가 없는 것 같다.”
/박성천기자 skypark@kwangju.co.kr
‘프랑스가 주목하는 한국 작가’ 이승우<사진>. 그는 신학적 세계관을 토대로 자신만의 독특한 창작세계를 펼쳐왔다. 지난 3월에는 프랑스에서 이 작가의 소설 ‘지상의 노래’가 일곱 번째로 번역·출간됐다. 또한 한국 작가로는 처음으로 프랑스 ‘브롱 도서전’에 참가해 프랑스 독자들을 만나기도 했다.
소설집 제목 ‘모르는 사람들’이라는 말이 유독 눈길을 끄는 것은 이승우 작가의 작품 세계를 대변한 듯한 느낌 때문이다. 작품집 속의 단편 ‘모르는 사람’을 복수화해 붙인 것이다. ‘모르는’은 그동안 작가가 펼쳐왔던 주제의 연장선에 있다. 사유와 종교를 기반으로 한 그의 소설세계는 다분히 형이상학적이고 분석적이라는 평이 따랐다.
그러면서 그는 “사람은 불완전한 존재여서 그를 안다고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사람과의 관계에 있어 완전한 소통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람을 이해한다는 것은 언어를 번역하는 것과도 같은 이치”라고 덧붙였다. 다른 문화권의 언어를 우리말로 번역할 때와 같은, 완벽한 이해가 아닌 감으로 느낀다는 의미였다. 작가는 이번 소설에서 가까이 있는 사람과의 소통은 어렵다는 점에 주목했다.
“상호 이해 불가능이 외부인에게까지 문을 열지 못하도록 영향을 미치는 것 같아요. 이방인들이 낯설어서 그런 게 아니라 우리 안의 폐쇄적 문제가 원인이지요.”
표제작 ‘모르는 사람들’은 십 일 년 전 말없이 사라진 아버지를 매개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이 세상은 견디는 것이다”라는 말을 남기고 떠난 아버지의 부고가 십 일 년만에 온 것이다. 그것도 뜻밖의 장소인 아프리카 레소토에서.
화자인 나는 가족에게서 자신을 ‘떼어낸’ 아버지를 이해할 수 없다. 어머니는 비논리적인 이유를 붙여 아버지의 부재를 설명한다. 아버지가 광고회사 모델과 해외로 몰래 떠났다가 비행기 사고로 사망했다는 것이다. 탑승자 명단에서 여배우의 이름을 보고, 그녀가 남편과 불륜관계라고 확신을 한다.
그러나 반전이 일어난다. 부고를 알린 선교회에서는 아버지가 선교활동을 하다 말라리아로 죽었다고 한다. ‘그러므로 어머니에게 아버지는 가장 멀리 있는 사람이자 가장 모르는 사람이었을 것이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을 이해하는 가장 쉽고 위험한 방법은 이해할 수 있는 것만 이해하는 것이다. 가장 쉽지만, 이것은 사실은 이해가 아니라 오해하는 방법이기 때문에 이해하는 것보다 위험하다”(‘모르는 사람’중에서)
다른 작품에서도 이러한 ‘모르는’ 관계와 실재에 대한 이야기가 변주된다. 단편 ‘복숭아 향기’에서는 화자가 자신이 유복자였다는 사실을 고향 M시에 근무하고 되면서 알게 된다. 아버지를 잃고 떠나온 곳이어서, 어머니는 M시에 대해 말하지 않은 것이다. “어떤 이야기는 말해져야 할 시간에 말해지고 어떤 이야기는 말해지지 않아야 할 시간에 말해진다”는 표현이 주제의식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한편 이승우 작가는 제자들을 가르치면서 꾸준한 글쓰기를 강조한다고 한다. “작가는 결국 한두 편으로 평가를 받지만, 쓰는 동안에도 평가를 받기 때문에 쉬지 않고 글을 쓰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학생들의 요즘 글쓰기 태도에 대해서도 조언을 덧붙인다.
“인터넷, 스마트폰 등 새로운 매체의 역동성이 빠르게 파고들고 있다. 물론 순기능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문자로 글을 쓴다는 것은 사고능력의 핵심인데 이런 것이 없어진다는 데 문제가 있다. 뭐랄까, 치열한 열정과 끈기가 없는 것 같다.”
/박성천기자 skypark@kwangju.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