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 투표를 하루 앞둔 20일 서울 여의도 정치권에는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당력을 총동원, 대야 설득에 주력한 반면 자유한국당은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선언해 표 대결을 예고했다.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의당은 여전히 찬반이 혼재한 상태다. 또 바른정당 내에서도 일각에서 찬성 기류도 나타나고 있어 주목된다.

민주당은 사실상 소속 의원 전원이 투입돼 김 후보자가 사법독립과 개혁을 이뤄낼 적임자라는 점을 부각시키면서 인준안 통과를 호소했다. 추미애 대표와 우원식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김 후보자 인준을 위해 야당이 협조해 달라는 메시지를 던지며 야당을 자극할 수 있는 발언이나 표현은 삼가는 모습을 보였다. 민주당은 최고위원회의 직후 비공개 의원총회를 열고 결의를 다졌다.

특히 추 대표가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21일 오전 회동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져 김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이와 함께 전날에 이어 청와대 정무라인과 법원행정처도 적극적으로 물밑에서 움직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18일 출국 전에 국민의당 안 대표와 김동철 원내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김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에 협조해줄 것을 당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부결을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지난 19일 소속 의원들에게 본회의 표결에 대비한 ‘비상 대기령’을 내린 데 이어 20일에는 의원총회를 열어 ‘당론 반대’를 공식 확정하며 표 단속에 나섰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김 후보자에 대해 “동성애·동성혼에 대한 앞으로 법적 가치관, 종교적 가치관을 흔들 수 있는, 송두리째 뒤덮을 수 있는 위험성을 가진 인물”이라고 표현하면서 “전원이 참석해 부결시켜 주실 것을 강력히 호소하고, 다른 당 의원들에게도 친소관계를 통해 설득해 주실 것을 강력히 호소 드린다”고 말했다.

바른정당의 경우 21일 오전 의원총회를 열고 김 후보자 임명동의안에 대한 찬반 당론을 결정할 예정인 가운데 내부에서 찬성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어 사실상 반대당론을 채택하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바른정당은 김 후보자의 이념 편향성과 동성애 옹호 입장 등을 문제 삼아 그가 사법부 최고기관의 수장으로는 적합하지 않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하지만, 여야가 임명동의안 심사경과보고서 채택 여부와 관계없이 김 후보자 인준안 표결을 위한 ‘원포인트 본회의’를 열기로 합의하자 전체 의원 20명 가운데 일부가 찬성 쪽으로 급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복수의 당 관계자에 따르면 2∼3명 정도가 찬성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당 핵심 관계자는 이날 “당론으로 (반대)하기는 어렵다고 보고 자유투표를 하기로 했다”면서도 “그러나 여전히 반대가 다수인 것이 사실”이라고 전했다.

이 때문에 여전히 국민의당 의원들의 선택이 표결 결과를 좌우할 상황이다. 자유투표 방침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 관계자는 “절반 이상의 의원들이 결정을 유보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표심을 알기 어렵다”고 말했다.

국회 의석수 기준 표결에서 과반을 확보하기 위해선 민주당 의석 121석에 김 후보자에 호의적인 정의당(6석)과 새민중정당(2석), 정세균 국회의장을 더한 130석 외에 20석이 더 필요하다.

/박지경기자 jk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