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신설에 대한 국민의 요구가 높아지고 있는 것은 권력만 바라보는 이른바 일부 ‘정치 검사’와 ‘부패 검사’의 과거 행태가 주원인으로 꼽힌다.

실제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와 BBK사건, 국정원 댓글부대, 민간인 사찰 등 대한민국을 뒤흔들었던 거대 사건에는 대부분 정치 검찰이 관여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국민의 분노를 샀다.

지난 4월,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박근혜 정부 최악의 정치검찰 사건 15선을 발표하기도 했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우병우 사건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유출 사건 ▲백남기 농민 사망사건 ▲최경환 경제부총리 취업청탁 사건 ▲청와대 관제시위 및 어버이연합 불법 자급지원 사건 ▲국정원 심리전단 여직원 셀프감금 사건 등으로, 검찰의 이중적인 태도로 사회논란이 야기됐던 사건들이다.

이러한 사건 대부분은 수사와 재판 과정을 통해 권력의 반대편에 있는 사건관계인을 입막음하고, 정권의 독주를 강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검찰권이 행사된 것들이다.

특히 수사를 담당했던 검사 대부분은 요직으로 영전하는 영광을 누렸으며, 이 같은 정치적 보상체계는 검찰을 더욱 정치적으로 몰아갔다는 게 법조계 안팎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물론 정치 검찰은 박근혜 정부 때만 존재했던 것은 아니다. 이명박 정부 때에도 수많은 정치 검찰 사건이 있었다. 가장 대표적인 사건은 노무현 전 대통령 관련 사건과 이명박 전 대통령의 BBK 실소유 사건, 국정원 등 대선개입 사건, 민간인 사찰 사건 등이다.

BBK는 최근 사건 관계자인 김경준의 출소와 폭로로 다시 불이 붙고 있으며, 국정원 댓글부대는 국정원 적폐청산 TF의 활발한 활동으로 당시 은폐됐던 진실이 드러나고 있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정치보복 수사 논란은 아직까지 국민의 공분을 사고있다.

실제 검찰은 이명박 정부 시절 광범위한 수사에 나서 박연차 태광그룹 회장으로부터 노 전 대통령에게 금품을 제공했다는 진술을 받아내는 데 성공한다. 하지만, 1기 수사진은 노 전 대통령과 박연차 회장 사이의 금전거래를 사적 금융거래로 보고 수사를 종결했다. 이후 이인규 중수부장, 홍만표 수사기획관, 우병우 중수1과장으로 새로 꾸려진 2기 수사진이 새롭게 출범하면서 수사 방향은 급선회했다.

이들은 수개월에 걸친 저인망식의 장기 수사를 진행하는 한편 하루가 멀다하고 검증되지 않은 각종 의혹이 언론을 통해 흘러나왔다. 이는 전형적인 정치검찰의 행태였다는 게 법조계 안팎의 의견이다. 결국, 노 전 대통령은 검찰 소환조사까지 받은 뒤 유서를 남기고 서거했다.

이 같은 정치 검찰의 수사행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특히 청와대와 정치권력의 입맛대로 수사를 좌지우지해온 검찰의 또 다른 특징 중 하나는 ‘제 식구 감싸기’다.

검찰은 일부이긴 하지만 수사권과 기소권, 그리고 공소유지권을 독점하고 있다는 특권적 권한을 활용해 현직 검사 또는 검찰 출신 인사에 대해서는 부패나 비위사건 수사를 축소하고, 경찰 수사를 왜곡·방해하는 모습까지 보여주고 있다.

검사들에 대한 부패나 비위사건을 축소·무마한 사건은 멀게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성접대 사건부터 부장검사 친형 세무서장 향응·접대 사건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진경준 전 검사장 사건, 서울중앙지검장 등 돈봉투 만찬 사건 등이 있다.

이러한 사건들은 경찰이 수사에 먼저 착수한 경우, 경찰의 수사를 사실상 방해하고, 검찰이 직접 처리하고자 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 때문에 검찰이 다시는 ‘제 식구 감싸기식’ 행태 등을 저지르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선 ‘공수처 신설’ 등 제도적인 개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권력자, 정치인, 고위공직자와 검사의 부정부패를 방지하고, 정치적 사건을 한 점 의혹 없이 처리하기 위해서는 독립된 제3의 수사기구가 필요하다는 게 국민의 시대적 요구로 떠오르고 있다.

/박진표기자 lucky@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