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지역에서 이른바 ‘조합원 아파트’인 주택조합아파트가 잇따라 들어서면서 입주자 대표 선거, 인테리어 등을 놓고 조합원과 일반 세대원간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일부 아파트에서는 동 대표 선거 방식을 놓고 조합원 세대와 일반 세대원간 다툼이 발생해 경찰이 출동하는 등 크고 작은 마찰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는 조합원에게만 베란다 확장, 고급 인테리어, 에어컨 등이 무료로 제공되면서 입주 초기부터 일반 세대원의 불만이 증폭되고 있기 때문이다. 기득권을 이어가려는 일부 조합원의 과욕도 마찰을 부추기는 한 원인이 되고 있다.

19일 광주시에 따르면 광주에서 건축됐거나 건축이 추진되고 있는 주택조합 아파트는 35개 단지 1만8580세대에 달한다.

주택조합아파트는 조합원 입장에서는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아파트를 장만하고 사전에 분양세대를 확보해 공실률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일반 세대원은 조합원보다 3.3㎡당 100만원 정도 비싼 분양금을 내는데도, 내부 마감재 등에서 차별을 받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조합원과 일반 세대원 사이에선 ‘이웃 사촌’이라는 개념보다는 ‘갈등 관계’가 형성되는 게 다반사다.

특히 양측은 입주초기 엘리베이터 내 광고, 조경·미화업체 선정 등 막강한 권한을 지닌 입주자 대표 선출을 놓고 치열한 경쟁 구도를 형성하기도 한다.

실제 지난 2월달 준공돼 최근 동대표 선거를 마친 광주시 동구 A아파트는 조합원과 일반 세대간 심각한 갈등을 겪었다.

전체 11개동(1개동 임대) 1400여세대 중 200세대가 조합원, 1000세대가 일반세대인 이 아파트는 최근 동대표 선거를 놓고도 양측이 치열한 다툼을 벌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투표 방식부터 응집력이 높은 조합원측은 현장투표를, 상대적으로 개인성향이 강한 일반세대원측은 온라인 투표를 주장하면서 경찰이 출동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또 선거 과정에서 한 조합원은 동대표 후보로 출마한 일반세대원의 직장에 전화를 걸어 “아파트 동대표와 회사일을 병행할 수 있느냐”고 항의성 민원을 넣어 일반 세대원이 후보를 사퇴하는 일도 발생했다.

이 아파트의 갈등 배경에는 조합원 세대에게만 제공된 각종 혜택이 자리 잡고 있다. 조합원들은 출입문부터 스마트키로 드나들지만 일반 세대원은 30만원을 추가부담하지 않으면 기존 번호키를 사용해야 한다. 또 조합원 세대에만 100만원 상당의 LED등과 고급 바닥 마감재인 헤링본(Herringbone) 소재가 쓰였으며, 일부 가전제품까지 무료로 제공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일반 세대원은 “우리가 추가로 낸 분양금으로 조합원만 혜택을 누린 듯 해 화가 난다”면서 “입주 후에도 조합원들이 기득권을 차지하려는 듯 해 동대표 선거에 적극 참여했다”고 말했다.

최근 입주자대표 구성을 마친 북구 B아파트 단지도 대표 선거 과정에서 조합원과 비조합원간 갈등이 발생했다. 이 아파트도 조합원 세대만 방음 새시, 발코니 확장, 시스템 에어컨을 제공했다. 마찬가지로 북구 C아파트도 조합원 세대만 에어컨과 함께 현관문과 거실 사이에 중문을 설치했다.

한 아파트 조합원은 “조합원 혜택은 조합이 시공사로 나서 얻은 일부 수익을 에어컨 등으로 조합원에게 돌려준 것뿐”이라고 설명했다.

/김용희기자 kimyh@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