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국제공항은 국토 서남권 거점공항이라는 위상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름값을 못한채 국제공항으로서의 위치마저 흔들리고 있다. 정기 국제선이 전멸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다.

◇사드 배치가 직격탄=무안국제공항을 위기에 몰아 넣은 것은 정부다. 사드(THAAD)가 직격탄인 탓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유일한 정기 국제선인 무안∼베이징 노선을 다음달 말부터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적자 누적으로 더 이상 운항할 수 없다는 이유다.

이 노선은 2008년 취항 이후 연평균 12억원가량 적자가 발생했다. 올해는 지난 8월까지 평균 탑승률이 45.7%에 불과해 이대로라면 연말까지 20억원 적자가 예상된다.

무안공항 이용객은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18만8478명에 불과하다. 지난해 같은 기간(22만5523명)보다 4만45명(17.5%)이 줄었다. 특히, 같은 기간 중국 노선 이용객은 2만7419명으로 작년(5만3303명)대비 48.5% 감소했다. 부정기 노선도 같은 기간 14.1% 줄어든 7만8006명에 그쳤다.

무안∼상하이 노선을 운항하던 동방항공은 지난 5월10일부터 운항을 중단했다. 아시아나도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유일한 정기 국제선인 무안∼베이징 노선을 포기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기 노선이 사라지면 무안공항은 전세기 공항으로 전락하게 된다. 일본 기타큐슈·나고야·오사카, 남국 상하이, 마카오, 베트남 다낭, 캄보디아 시엠립, 필리핀 칼리보 등 8개 노선만 부정기적으로 운항한다.

국내선도 티웨이항공의 제주 노선 2편뿐이다. 아시아나는 베이징 노선을 포기하는 대신 제주 노선을 신설할 방침이다.

◇호남고속철 경유가 무안공항 생명줄=무안공항의 생존 대책은 호남고속철 경유와 광주공항과의 통합이다. 여기에 포화상태인 인천공항의 국제선 일부 노선을 지역으로 분산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전남도는 무안공항 활성화의 최대 관건으로 호남고속철의 경유를 들었다. 이를 위해 최근 국토교통부·기획재정부·한국개발연구원(KDI)에 공문을 보내 호남고속철도 2단계의 무안국제공항 경유 노선을 확정해 달라고 재촉구했다. 국회도 지난 3월 호남고속철도 2단계 사업 조기 완공 촉구 결의안을 채택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공약으로 무안공항 경유를 약속했다. 정부 국정과제에도 포함됐다.

하지만 기획재정부는 아직까지 결론을 내지 않고 있다. 당장의 경제성만을 들어 미적대고 있다. 전남도 관계자는 “2006년 기본계획 고시 후 11년이 지났지만, 부처 간 이견으로 노선 확정이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공항 국내선의 무안공항 이전도 하나의 방안이다. 한국교통연구원 항공교통연구본부가 지난해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무안공항이 광주공항과 통합된 후 제주·김포 노선을 100% 유지할 경우 2020년 무안공항 국내선 수요는 연간 237만3000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절반이 유지될 경우 수요는 212만7000명이 될 것이라고 추정했다. 지난해 이용객이 32만명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것을 7.4배 늘어나게 된다.

다만 정부의 정책적 결정은 물론 광주·전남지역 사회의 합의가 필요하고, 지방자치단체 간 이해관계도 얽혀 있어 현실화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높다.

포화상태인 인천공항의 국제선 일부 노선을 지역별로 분산해야 한다는 요구도 있다. 대륙별 노선 할당으로 지역 거점 공항의 국제노선 다변화와 지역 균형발전 차원에서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제 정부도 2007년 무안공항 개항 시 광주공항 국제선을 무안공항으로 이전하면서 중국, 동남아, 미주, 유럽 노선 등을 제주공항과 같은 수준으로 개방하기로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박정욱기자 jw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