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립미술관 개관 25주년 기획 공립 미술관의 길을 묻다] <2> 광주시립미술관의 역사
2017년 09월 20일(수) 00:00 가가
4반세기 남도민 ‘문화 허파’… 교육·아카이브 외연 확장중
‘2017 광주디자인비엔날레’(9월8일∼10월23일)를 맞아 광주시립미술관에서 특별전 ‘4차 미디어아트:포스트휴먼’(9월1일∼11월5일)이 열리고 있다.
최근 방문한 광주시립미술관(이하 시립미술관)은 인근 비엔날레전시관에서 디자인비엔날레가 열리며 활기찬 분위기였다. 미술관 앞 잔디광장은 나들이를 나온 가족 방문객들이 가득했으며 팔짱을 낀 연인들이 곳곳에서 작품을 감상하고 있었다.
시립미술관은 지난 1992년 8월1일 광주문화예술회관 별관에 처음 조성됐다. 최초로 지방자치단체가 세운 공립미술관이다. 1990년대 초 전국적으로 문화예술회관이 잇따라 설립되던 상황에서 전통적으로 회화 분야가 강했던 광주·전남 미술인들의 염원이 반영된 결과다.
지금의 자리로 옮긴 건 지난 2007년 10월. 협소했던 문예회관 별관 건물은 다양한 전시를 개최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신축 건물은 지상 3층 지하 1층에 부지면적 1만8430㎡, 전체면적 8660㎡ 규모로, 6개 전시실과 수장고, 작품해체실을 갖췄다.
미술관 입구를 들어가면 넓은 로비가 나온다. 전시 개막식이 주로 열리는 곳으로, 개막식이 없을 때는 중외공원 방문객들의 휴식처로 사용된다.
지난해부터는 한쪽에 전시공간 ‘아트라운지’를 조성해 지역민 참여 전시를 개최하고 있다. 유치원 어린이부터 동호회, 신진작가 작품을 비롯해 소규모 기획전 등이 꾸준히 열린다.
조금 더 발걸음을 옮기면 미술도서실이다. 근현대 미술과 관련한 국·내외 전시도록, 미술전문도서, CD·DVD등 멀티미디어 자료, 어린이 도서 등이 체계적으로 수집·정리·보존돼 있다.
매표소부터는 본격적인 전시공간이다. 원래 관람료(어른 500원, 청소년·군인 300원, 어린이 200원)를 받았지만 지난해 7월부터 문화향유기회를 확대하고자 무료로 전환했다.
전시는 대부분 1·2, 3·4, 5·6전시실을 묶어서 3개를 운영한다. 현재 열리고 있는 전시는 2017 광주디자인비엔날레 특별전 ‘4차 미디어아트:포스트휴먼’(11월5일까지), ‘梅香(매향) 槿園(근원) 구철우전’(11월26일까지), 전라도 정도(定道) 천년 기념 광주시립미술관 소장작품전 ‘남도가 낳은 예술가들’(2018년1월28일까지)이다.
미술관은 그동안 ‘루벤스, 바로크 걸작’(2008), ‘요셉보이스’(2011), ‘인상파 이후 서양미술의 거장’(2011) 등 국제적 명화(名畵) 뿐 아니라 ‘김환기, 백년되어 고향에 돌아오다’(2013), ‘배병우, 섬과 숲 사이’(2015) 등 지역출신 세계적 작가를 소개하는 전시를 열었다. 또한 매년 개최되는 ‘오승우전’(2016) 등 대한민국 명품전, 김영중전(2016) 등 원로·작고 작가 초대전 등도 주목을 받았다. 올해에도 광주디자인비엔날레기념 특별전(8월), 민주인권평화전(5월), 광주전남미술전(12월) 등 다양한 기획전을 마련했다.
광주시립미술관을 이야기 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동강(東江) 하정웅(77) 명예관장이다. 미술관 수준을 평가할 때 중요한 기준은 참신한 전시 기획과 더불어 얼마나 수준 높은 작품을 소장하는지 여부다. 전체 소장품 4643점 중 절반이 넘는 2536점을 하 명예관장이 기증해 시립미술관은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소장품수를 갖추게 된다.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난 하 명예관장은 재일교포 2세로, 아버지 하헌식씨는 영암 출신이다. 일본에서 사업가로 성공한 뒤 재일작가 중심으로 미술품 컬렉션을 시작했으며 시립미술관을 비롯한 우리나라 국공립미술관·박물관, 대학 등에 작품을 기증했다. 아버지의 출신 지역과 가까운 광주에는 1993년 212점을 시작으로 이후 약 20년간 작품을 기증하며 인연을 맺어왔다.
주요 작품으로는 전화황, 이우환, 곽덕준, 곽인식, 문승근, 손아유 등 재일작가 작품을 비롯해 피카소, 샤갈, 달리, 루오, 앤디 워홀, 호안 미로, 벤 샨 등 해외 유명작가와 박서보, 김창열, 오승윤, 홍성담 등 우리나라 대표작가 작품이 총망라돼 있다.
하정웅컬렉션 핵심은 한·일 근현대사 격동 속에서 형성된 재일작가들의 작품이다. 민족적 한(恨), 고통, 절망을 넘어 희망을 이야기한 재일작가들의 예술정신은 민주·인권·평화를 내포한 광주 5월정신과 일맥상통한다.
그밖에 시립미술관 자체 소장품으로는 김환기(서양화), 오지호(서양화), 허백련(한국화), 천경자(한국화) 등 각 분야 대표작가 작품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시립미술관이 2007년 현재 자리로 옮겨오며 가장 강화된 부문이 교육프로그램이다. 어린이문화센터를 개원해 유아·어린이 대상 교육프로그램을 대폭 개설해 운영하고 있으며 청소년·성인 대상 미술 전문강좌 뿐만 아니라 교양, 취미, 어학 등 30여 개 강좌를 운영하고 있다. 또한 ‘문화가 있는 날’(매달 마지막주 수요일)에는 음악공연과 전시해설을 열고 정기 인문학강좌도 여는 등 시민들을 위한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시립미술관은 ‘최초’라는 타이틀을 여럿 가지고 있다. 공립미술관 중 처음으로 서울분관·공립사진전시관 개관, 중국베이징창작센터, 창작스튜디오(양산동·2008∼2013) 운영 등이다. 올해는 최초 타이틀을 넘어 더욱 외연을 확장한다.
양산동창작스튜디오가 건물 노후화로 지난 2013년 문을 닫은 상황에서 지난해 10월 창작공간, 세미나실 등을 갖춘 청년예술인지원센터(광주시 남구 사직동)를 연 데 이어 지난 14일에는 중외공원에 국제창작스튜디오를 개관해 청년작가 창작과 교류를 지원하고 있다.
서울 분관은 2008년 인사동 ‘갤러리 라이트’를 시작으로 2012년부터는 사간동에서 ‘갤러리 GMA’를 운영했으며 지난해 10월에는 광주시·전남도 상생프로젝트에 따라 전남문화재단과 공동으로 ‘G&J광주전남갤러리’(인사동)를 열었다.
마찬가지로 지난해 10월 약 10년간 비어 있던 문예회관 부지 내 옛 미술관건물을 활용해 문을 연 시립사진전시관은 올해 본격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올해 초 사진단체 초대전 첫 공모를 시작했으며 현재 중견사진작가 초대전 “박하선-太王의 증언, 고구려”이 11월5일까지 진행된다.
광주미술협회에 위탁을 준 금남로 분관에서도 꾸준히 전시를 열고 있으며 2008년 전남도지사 공관을 리모델링한 상록전시관은 올해 3월부터 하정웅미술관으로 이름을 바꿔 하정웅 컬렉션 상설 전시와 지역미술인(단체) 전시를 병행 개최한다.
북경창작센터는 올해 1월 창작실과 갤러리를 갖춰 송좡예술특구로 이전했다. 북경창작센터에는 2009년 1기부터 현재 9기까지 장단기를 포함한 작가 총 57명이 참여해 중국 미술계 진출과 작가 교류를 활발하게 하고 있다.
타지자체, 문화기관 등과 연계해 콘텐츠를 강화시킬 뿐 아니라 전시 비용을 절약하는 점도 눈길을 끈다. 지난해 화순군 연계 ‘오승우전’, 장성군 연계 ‘김영중 조각전’을 개최했던 시립미술관은 지난해 맺었던 업무협약을 바탕으로 여수 GS칼텍스 예울마루와 김대길 조각전을 공동 개최했으며 전북도립미술관에서는 ‘호남의 현역작가들’ 교류전도 열었다.
/김용희기자 kimyh@kwangju.co.kr
/사진=김진수기자 jeans@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 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시립미술관은 지난 1992년 8월1일 광주문화예술회관 별관에 처음 조성됐다. 최초로 지방자치단체가 세운 공립미술관이다. 1990년대 초 전국적으로 문화예술회관이 잇따라 설립되던 상황에서 전통적으로 회화 분야가 강했던 광주·전남 미술인들의 염원이 반영된 결과다.
미술관 입구를 들어가면 넓은 로비가 나온다. 전시 개막식이 주로 열리는 곳으로, 개막식이 없을 때는 중외공원 방문객들의 휴식처로 사용된다.
지난해부터는 한쪽에 전시공간 ‘아트라운지’를 조성해 지역민 참여 전시를 개최하고 있다. 유치원 어린이부터 동호회, 신진작가 작품을 비롯해 소규모 기획전 등이 꾸준히 열린다.
매표소부터는 본격적인 전시공간이다. 원래 관람료(어른 500원, 청소년·군인 300원, 어린이 200원)를 받았지만 지난해 7월부터 문화향유기회를 확대하고자 무료로 전환했다.
미술관은 그동안 ‘루벤스, 바로크 걸작’(2008), ‘요셉보이스’(2011), ‘인상파 이후 서양미술의 거장’(2011) 등 국제적 명화(名畵) 뿐 아니라 ‘김환기, 백년되어 고향에 돌아오다’(2013), ‘배병우, 섬과 숲 사이’(2015) 등 지역출신 세계적 작가를 소개하는 전시를 열었다. 또한 매년 개최되는 ‘오승우전’(2016) 등 대한민국 명품전, 김영중전(2016) 등 원로·작고 작가 초대전 등도 주목을 받았다. 올해에도 광주디자인비엔날레기념 특별전(8월), 민주인권평화전(5월), 광주전남미술전(12월) 등 다양한 기획전을 마련했다.
광주시립미술관을 이야기 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동강(東江) 하정웅(77) 명예관장이다. 미술관 수준을 평가할 때 중요한 기준은 참신한 전시 기획과 더불어 얼마나 수준 높은 작품을 소장하는지 여부다. 전체 소장품 4643점 중 절반이 넘는 2536점을 하 명예관장이 기증해 시립미술관은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소장품수를 갖추게 된다.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난 하 명예관장은 재일교포 2세로, 아버지 하헌식씨는 영암 출신이다. 일본에서 사업가로 성공한 뒤 재일작가 중심으로 미술품 컬렉션을 시작했으며 시립미술관을 비롯한 우리나라 국공립미술관·박물관, 대학 등에 작품을 기증했다. 아버지의 출신 지역과 가까운 광주에는 1993년 212점을 시작으로 이후 약 20년간 작품을 기증하며 인연을 맺어왔다.
주요 작품으로는 전화황, 이우환, 곽덕준, 곽인식, 문승근, 손아유 등 재일작가 작품을 비롯해 피카소, 샤갈, 달리, 루오, 앤디 워홀, 호안 미로, 벤 샨 등 해외 유명작가와 박서보, 김창열, 오승윤, 홍성담 등 우리나라 대표작가 작품이 총망라돼 있다.
하정웅컬렉션 핵심은 한·일 근현대사 격동 속에서 형성된 재일작가들의 작품이다. 민족적 한(恨), 고통, 절망을 넘어 희망을 이야기한 재일작가들의 예술정신은 민주·인권·평화를 내포한 광주 5월정신과 일맥상통한다.
그밖에 시립미술관 자체 소장품으로는 김환기(서양화), 오지호(서양화), 허백련(한국화), 천경자(한국화) 등 각 분야 대표작가 작품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시립미술관이 2007년 현재 자리로 옮겨오며 가장 강화된 부문이 교육프로그램이다. 어린이문화센터를 개원해 유아·어린이 대상 교육프로그램을 대폭 개설해 운영하고 있으며 청소년·성인 대상 미술 전문강좌 뿐만 아니라 교양, 취미, 어학 등 30여 개 강좌를 운영하고 있다. 또한 ‘문화가 있는 날’(매달 마지막주 수요일)에는 음악공연과 전시해설을 열고 정기 인문학강좌도 여는 등 시민들을 위한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시립미술관은 ‘최초’라는 타이틀을 여럿 가지고 있다. 공립미술관 중 처음으로 서울분관·공립사진전시관 개관, 중국베이징창작센터, 창작스튜디오(양산동·2008∼2013) 운영 등이다. 올해는 최초 타이틀을 넘어 더욱 외연을 확장한다.
양산동창작스튜디오가 건물 노후화로 지난 2013년 문을 닫은 상황에서 지난해 10월 창작공간, 세미나실 등을 갖춘 청년예술인지원센터(광주시 남구 사직동)를 연 데 이어 지난 14일에는 중외공원에 국제창작스튜디오를 개관해 청년작가 창작과 교류를 지원하고 있다.
서울 분관은 2008년 인사동 ‘갤러리 라이트’를 시작으로 2012년부터는 사간동에서 ‘갤러리 GMA’를 운영했으며 지난해 10월에는 광주시·전남도 상생프로젝트에 따라 전남문화재단과 공동으로 ‘G&J광주전남갤러리’(인사동)를 열었다.
마찬가지로 지난해 10월 약 10년간 비어 있던 문예회관 부지 내 옛 미술관건물을 활용해 문을 연 시립사진전시관은 올해 본격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올해 초 사진단체 초대전 첫 공모를 시작했으며 현재 중견사진작가 초대전 “박하선-太王의 증언, 고구려”이 11월5일까지 진행된다.
광주미술협회에 위탁을 준 금남로 분관에서도 꾸준히 전시를 열고 있으며 2008년 전남도지사 공관을 리모델링한 상록전시관은 올해 3월부터 하정웅미술관으로 이름을 바꿔 하정웅 컬렉션 상설 전시와 지역미술인(단체) 전시를 병행 개최한다.
북경창작센터는 올해 1월 창작실과 갤러리를 갖춰 송좡예술특구로 이전했다. 북경창작센터에는 2009년 1기부터 현재 9기까지 장단기를 포함한 작가 총 57명이 참여해 중국 미술계 진출과 작가 교류를 활발하게 하고 있다.
타지자체, 문화기관 등과 연계해 콘텐츠를 강화시킬 뿐 아니라 전시 비용을 절약하는 점도 눈길을 끈다. 지난해 화순군 연계 ‘오승우전’, 장성군 연계 ‘김영중 조각전’을 개최했던 시립미술관은 지난해 맺었던 업무협약을 바탕으로 여수 GS칼텍스 예울마루와 김대길 조각전을 공동 개최했으며 전북도립미술관에서는 ‘호남의 현역작가들’ 교류전도 열었다.
/김용희기자 kimyh@kwangju.co.kr
/사진=김진수기자 jeans@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 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