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부동산 대책 등으로 전세 수요가 늘면서 주요 시중은행의 전세자금대출 자산도 가파르게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광주·전남 지역에서도 전·월세 거래가 늘고 있지만 동시에 가격도 오르면서 자금을 마련해야하는 서민들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19일 신한 KB국민 우리 KEB하나 NH농협 등 대형은행 5곳의 8월 말 현재 전세자금대출 잔액은 40조3058억원으로 올해 들어서만 5조7993억원(16.8%) 늘어났다. 1년 전(30조1270억원)에 비해서는 10조1788억원(33.7%) 뛰었다.

반면 집값 대출 규제 강화로 주택담보대출은 증가세가 둔화된 양상이다. 지난달 은행권 전체 주택담보대출은 3조1000억원 증가해 7월(4조8000억원)보다 증가폭이 축소됐다.

이처럼 전세자금 대출이 늘고 있는 이유는 전세금이 꾸준한 오름세를 보인 데다 정부의 연이은 부동산 규제로 집값 하락 전망이 짙어진 영향이다. 내 집 마련 대신 부동산 시장 추이를 지켜보면서 전세로 눌러앉는 세입자들이 늘고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문제는 거래가 늘어난 만큼 가격 부담은 낮아져야함에도 그렇지 않다는데 있다. 오히려 전세금은 오르고 있어 서민들의 우려가 깊어지는 상황이다.

실제로 광주 지역의 7월 기준 아파트 전·월세 거래 건수는 2842건으로 전월(2507건)보다 300여건 늘었으며, 지난해 같은 기간(2350건) 보다는 500여건 크게 뛰었다.

봄철 이사철을 맞아 시기적으로 늘었던 것이 꺾이지 않고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지난 6월 문재인 정부의 첫 부동산 규제 대책이 나온 뒤로 매달 거래가 늘고 있는 추세다.

전세가격 역시 올라 지난 8월 기준 광주·전남의 평균 전세금은 광주가 1억3127만5000원에서 1억3144만4000원으로, 전남이 6485만8000원에서 6503만8000원으로 각각 17만원과 18만원 가량 뛰었다.

지역 부동산 전문가들은 당분간 이 같은 전세값 상승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지만 장기적인 역전세 가능성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광주시 서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가을 이사철을 앞두고 물건을 선점하려는 수요자들이 늘면서 상승세를 기록했지만 정부의 부동산 규제에 따라 자발적으로 전세에 머무르려는 세입자가 증가한데 따른 경향이 크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장기적으로는 계획된 입주물량 압박으로 전세가격은 안정세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며 “일부 지역에서 예측되는 집값이 전셋값보다 싸지는 역전세 가능성은 아직 거리가 멀다”고 덧붙였다.

/김대성기자big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