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별세한 마광수 전 연세대 교수의 작품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별세 이후 일주일간 1000여 권 넘게 판매됐다고 한다. 중고책 시장에서는 몇 천원에 불과하던 일부 책값이 10만 원대까지 뛰었다.

알려진 대로 죽음 직전까지 마 교수는 극심한 우울증에 시달렸다. 지난 1992년 소설 ‘즐거운 사라’를 발표한 후 음란물 제작 혐의로 구속됐다. 몸담고 있던 연세대에서도 해직을 당했다.

70∼80년대에는 김지하의 ‘오적’을 비롯해 고(故) 리영희 교수의 ‘전환시대의 논리’ 등이 금서로 묶였다. 90년대 이후로는 ‘즐거운 사라’를 필두로 장정일의 소설 ‘내게 거짓말을 해 봐’ 등이 줄줄이 법의 심판대에 섰다. 80년대까지는 이념과 정치성이 이유였던 데 반해, 90년대에는 음란성이 주요 잣대였다.

그러나 마 교수가 상정했던 ‘야한’은 여성의 상품화와는 거리가 있다. 평소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고 했지만 그것은 “겉만 야하면 신데렐라 콤플렉스가 잠재된 여자다”며 “겉과 속이 다 야해야 천진난만하고 착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야하다’의 어원을 ‘들 야(野)’에서 찾았다. 그는 만 28세 때 홍익대 조교수로 임용될 만큼 학문적 성취가 뛰어났다. 1983년에 쓴 박사 논문 ‘윤동주 연구’는 부끄러움의 정서를 학문적으로 조명한 뛰어난 결과물이다.

마광수를 ‘변태’라고 말하는 이들은 그의 저서 중 단 한 권의 책도 읽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20대 역작 ‘마광수 문학론집’을 읽어 보면 마 교수의 학문적 깊이를 가늠할 수 있다. 또한 시작(詩作) 40년을 정리한 ‘마광수 시선’에는 문·사·철을 토대로 인문적 탐색을 전개했던 그의 문학적 여정과 향기가 깃들어 있다.

이명박 정권에서도 블랙리스트가 존재했던 것으로 확인되면서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문화 예술을 사상 검증한다는 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것과 다름없다. 블랙리스트 못지않은 적폐가 있는데 그것은 바로 ‘사회적 블랙리스트’다. 위선의 사회는 늘 그렇듯 시대를 앞서갔던 이들을 ‘마녀사냥’으로 내몰았다. 마 교수는 자살했다기보다 ‘사회적 타살’을 당한 것이다. 그렇게 마 교수를 단죄한 대가로 우리 사회가 윤리적으로나마 깨끗해진 것일까.

/박성천 문화부 부장 sky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