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산업이 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면서 대불국가산업단지 입주업체들의 경영난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대형 조선소의 수주 감소와 중형 조선소의 몰락으로 가동률은 50%대로 추락하고 구조 조정과 임금 체불이 다반사가 되고 있다.

한국산업단지공단에 따르면 전체의 73%가 선박 관련 업체들로 구성된 대불산단의 지난 6월 가동률은 54.4%에 그쳤다. 2015년 82.8%였던 가동률이 2년 사이 28.4%포인트나 하락했다. 가동 부진은 구조 조정으로 이어졌다. 2014년 6월 1만313명에 달했던 고용 인원은 3년 새 절반 이하인 4990명으로 줄었다. 임금 체불도 늘어 올 들어 지난 8월 말까지 전남 서남권에서 발생한 체불임금과 퇴직금은 122억7200만 원(3110명)에 달했다.

여기에는 전남 조선산업 매출액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현대삼호중공업의 수주 감소가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연간 대형 선박 45척을 만들 수 있지만 지난해 건조 실적은 39척에 그쳤고 올해 목표는 30척, 내년에도 잔여 물량이 23척뿐이다. 이대로라면 내년 4월이면 일감이 바닥난다. 하청에 의존하는 중소 조선 업체들은 최악의 일감 부족에 허덕이고 있다.

대불산단은 국내 최대의 조선기자재 집적화 단지다. 하지만 대기업 의존도가 너무 높은 것이 문제다. 이 같은 구조를 탈피하려면 중소 조선 업체들이 자체 기술력을 활용해 선박을 수주할 수 있도록 정부가 공동 건조 및 진수장(플로팅 도크) 구축을 지원해야 한다. 어선과 여객선 운항이 가장 많은 전남의 여건을 살려 선박 수리 지원센터를 건립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조선산업이 전남 서남권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다. 정부와 지자체, 유관 기관들은 건조 능력은 충분하지만, 자금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업체에 대한 금융·세제 지원과 실직 근로자 재교육 등 고용 지원으로 위기를 탈출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