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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영의 '그림생각' (196) 갯벌
바다의 삶 호흡하고 갯벌을 파고드는 그림

2017. 09.14. 00:00:00

박석규 작 ‘남도땅 갯벌에 서다’

바야흐로 낙지 철인가 보다. ‘잡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좋아하는 친구가 갯벌 체험 다녀오는 길에 잡아보지 못한 낙지가 아쉬웠는지 시장에서 낙지를 사서 그 중 스무 마리를 보내왔다.
살아 꿈틀대는 무안 뻘낙지라 그런가. 낙지 탕탕이에 연포탕 등 무엇을 요리해도 후루룩 목 넘김이 아찔하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무안 뻘낙지를 ‘한 번도 안 먹어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먹고 만 사람은 없을 것’ 이다. 귀하고 맛있는 음식에 인생의 작은 시름을 위로 받을 수 있으니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남도 땅 갯벌을 회화의 대상으로 삼은 작가로는 박석규화백(목포대 명예교수1938∼ )이 으뜸으로 꼽힐 것 같다. 이른바 ‘갯벌 화가’라 불리는 박석규의 작품 ‘남도 땅 갯벌에 서다’(2006년 작)는 갯벌에서 꼬막과 조개, 낙지 등을 잡고있는 아낙을 실감나게 묘사하고 있다. 오체투지 하듯 갯벌에 온 몸을 맡기고 갯벌 깊숙이 어깨를 다 넣을 정도로 쉼 없이 손을 뻗어 채취한 양식들을 뻘배에 실어 나르고 있는 모습도 보인다. 끝 간 데 없이 펼쳐진 갯벌 저 너머까지 원정 나가 먹거리를 캐는 데 몰두하는 여인의 모습이 숭고하기까지 하다.
“임자 없는 바다의 논밭 갯벌은 자본소유의 계급적 갈등이 필요 없는 곳이어서 우리에게 평등의식과 진정한 노동의 즐거움을 심어주는 곳”이라 했던 미술평론가 원동석(1938∼2017)은 화가의 1992년 개인전 도록 평문에서 “바다풍경을 인상주의나 자연주의 풍으로 그린 도시의 취미가 담긴 그림들은 숱하게 나왔어도 진정으로 바다 삶이나 갯벌 삶을 호흡하면서 파고드는 그림은 우리미술사에서 최초의 일이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함평 출신으로 오랫동안 자신을 키워온 드넓은 갯벌을 기억하고 있는 화가는 젊은 시절 민중미술운동을 통해 현실 비판적 세계를 격렬하게 보여주기도 했었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을 때부터 갯벌을 찾아 30여년 가까이 남도 갯벌 아낙의 부지런한 삶을 예술로 승화해오고 있는 화가는 지금도 오뉴월부터 시월까지는 벌교 갯벌을, 겨울에는 돌머리 해수욕장 인근 함평 갯벌을 찾아 스케치하지만 그 너른 갯벌이 훼손되어가고 있어 안타깝기만 하다.
<광주비엔날레 광주폴리부장·미술사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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