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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립미술관 개관 25주년 기획 공립 미술관의 길을 묻다 <1> 프롤로그 -시립미술관의 역할
지역미술 성장 초석 다지고 시민들 예술안목 키워야

2017. 09.14. 00:00:00

광주가 예향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어디에서 온 것일까? 사람들은 대개 동양화는 허백련, 서양화는 오지호, 판소리는 임방울이 최고라고 꼽는다. 모두 이 지역 출신이다. 또 광주는 동네 식당만 가도 그림이 걸려있는 등 ‘맛과 멋을 아는 고장’이라고 불리고 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예술은 우리 삶에서 멀어졌다. 가장 큰 요인은 입시 위주 교육이다. 중학교까지 가곡을 부르고 그림을 그리고 서예를 했던 기억은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추억이 된다. 예체능계가 아니라면 대학 입시에 큰 도움이 되지 않기에 음악과 미술 수업은 뒷전이다. 알고 할줄 알아야 즐길 수 있는게 예술인데 교육 때문에 조금씩 사람들에게서 멀어지고 있다.

지난 1980년대 초 형성된 광주시 동구 궁동 ‘예술의 거리’는 오지호, 허백련 화백을 비롯한 수많은 남도 대가들이 열정을 불태웠던 예술 중심지다. 한땐 화랑, 표구점, 소극장, 전통찻집 등이 100여개 자리잡으며 광주를 방문한 관광객이라면 꼭 들려야하는 코스였다. 하지만 현재는 미술시장 불황에 직격탄을 맞고 갈수록 생기를 잃어가고 있다. 문을 닫는 가게들이 늘어났고 찾는 사람들이 줄었다. 직장인과 학생들이 쉬는 주말에는 황량한 분위기마저 풍겨져 나왔다.
점점 예술에서 관심이 멀어져 가는 사람들과 생기를 잃어가는 예술. 광주 문화예술 미래에 대한 우려가 슬며시 고개를 드는 상황이었다.
지난 1992년 8월1일 광주문화예술회관 별관에 문을 연 광주시립미술관은 지역민들의 시선을 다시 미술로 돌리는 계기였다.
문예회관이 문을 연 지 약 1년 만으로 서울을 제외한 지방자치단체가 세운 최초의 공립미술관이다. 1990년대 초는 전국적으로 문예회관이 잇따라 설립되던 시기로, 전통적으로 회화 분야가 강했던 광주·전남에서는 공립미술관이 설립될 수 있었던 적기였다.
특히 그동안 광주는 많은 화랑과 미술관이 생기고 사라지던 일이 반복되는 상황이었다. 지역 미술인들은 공적 자금이 투입돼 든든하게 중심을 잡아줄 공립미술관을 필요로 했고 현실화되자 환영하는 분위기였다.
이후 광주시립미술관은 지역에 자리한 공립미술관으로서 지역작가 조명과 함께 민주, 인권, 평화로 대변하는 광주 정신을 구현하는 전시를 주로 기획했다.
지역 작가를 재조명하거나 발굴하는 전시도 꾸준히 열었다. 국내외에서 명성을 얻고 있는 작가를 소개하는 ‘대한민국명품작가전’, 지역 출신 원로·작고작가를 재조명하는 ‘원로·작고작가 초대전’ 등은 매년 인기를 얻고 있는 대표 시리즈 전시다.
두 시리즈는 서울 또는 외국에서 주로 활동한 초대 작가들이 가지고 있던 광주와의 인연이나 에피소드 등을 알 수 있어 지역 미술사(美術史)를 재정립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또 1년간 가장 활발하게 활동한 작가를 선정해 전시기회를 제공하는 ‘청년작가초대전’과 ‘중견작가초대전’도 매년 누가 주인공이 될지 관심을 모으는 전시다. 대규모 전시장에 작품을 설치할 수 있어서 선정작가들은 크나큰 영광이라는 입장과 함께 몇달씩 고민하며 평생의 작업결과물을 한눈에 보여줄 수 있는 구성을 기획한다.
특히 ‘청년작가초대전’은 작가 생활이 어려워도 근근히 버티던 청년작가들에게는 새로운 활력 제공과 함께 작품이 한단계 도약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지난 1993년 시립미술관에서 개최한 첫번째 개인전 초대작가였던 강연균(76) 화백은 당시 “30년간 고향을 지키며 그림을 그려왔는데 이번 전시는 지난 작품활동을 결산하고 다시 시작하는 발판을 마련하는 자리로 생각한다”며 “대부분 문화행사가 서울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상황에서 창작활동 뿌리인 고향에서의 지원은 더욱 뜻깊다”고 말한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은 시립미술관에 대한 작가들의 생각을 알 수 있는 발언이다.
광주시립미술관은 또 ‘광주비엔날레’가 지금의 모습으로 성장하기까지 토대를 닦기도 했다. 지난 1999년 광주비엔날레재단이 독립할 때까지 비엔날레지원본부를 산하에 두고 운영했다.
그밖에 시립미술관은 청년예술인지원센터, 광주시립사진전시관, 하정웅미술관, 중국창작센터, G&J광주전남갤러리 등 다양한 산하 기관을 통해 지역민과 소통하고 있다.
올해는 시립미술관 개관 25주년이자 지난 2007년 10월 중외공원으로 부지로 신축 이전한지 10주년이 되는 해이다.
완전한 청년이 된 시립미술관이 앞으로 어떤 모습을 지역민에게 보여줘야할지 발전 방안을 고민해야하는 시기다.
일각에서는 광주, 전남 출신 작가만 조명하는 지역 편중적인 자세를 보이고, 정체성을 보여주는 대규모 기획적이 빈약하다는 문제점을 제기한다. 또 외국유명작가 전시 등 관람객을 끌어모을 수 있는 대형 전시가 전무하다고 꼬집는다.
이에 따라 광주를 비롯해 부산·대구·대전 등 포함한 국내 대표 공립미술관과 한국보다 먼저 만들어진 일본 공립미술관을 통해 광주시립미술관을 되돌아 보고 나아가야할 방향을 살펴본다.
1988년 개관한 서울시립미술관은 국내 최초 시립미술관이다. 전남 고흥 출신 천경자 화백으로부터 작품을 기증받아 천경자 상설전시실을 꾸며놓는 등 눈길을 끄는 공간 구성으로 많은 관람객들이 찾고 있다. 미술관으로 발길을 이끄는 방안에 대해 알아본다.
1998년 개관한 부산시립미술관은 이중섭, 이우환 등 부산과 인연이 있는 작가들을 조명하는 콘텐츠를 구성했다. 또 부산비엔날레 장소로 사용되고 있다. 어떻게 지역 대표 작가를 조명하고 문화행사와 연계하는지 운영 방식을 물어본다.
대구시립미술관은 국내 시립미술관 중 가장 최근에 설립(2011년)됐다. 대구 출신 이인성 화백을 조명하는 이인성 미술상을 운영하는 등 미술관 정체성을 수립하는 과정을 살펴본다.
대전(153만명)은 광주(160만명)와 인구 규모가 비슷한 도시이다. 대전시립미술관은 광주보다 늦은 1998년 개관했다. 전시기획 중점 방안 등을 취재한다.
일본 후쿠오카시는 규슈 지방에서 가장 큰 도시로, 교통과 문화, 경제 중심지다. 후쿠오카시가 운영하는 후쿠오카아시아미술관은 지역 뿐 아니라 아시아 각국의 근현대 미술 작품을 수집, 보관, 전시하며 대외적인 명성을 쌓았다. 지역미술관의 한계를 벗어난 대표 사례로 소개한다.
그밖에 1968년 일본 최초로 개관한 공립미술관인 히로시마현립미술관의 지금까지 운영방향을 살펴보고 자원봉사자 서포트 스태프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야마구치현립미술관을 통해 지역민과 소통 방안을 알아본다. 국내외 사례 취재 보도를 통해 광주시립미술관 미래와 더 나아가 예향 광주에서 미술이 나아가야할 방향을 제시해본다.
/김용희기자 kimy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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