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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적 노동강도

2017. 09.14. 00:00:00

지난달 일본 도쿄 국제 수산식품 및 기술 박람회 취재를 마치고 시장조사를 위해 도쿄도 중심가의 마트와 백화점을 찾았는데, 계산대 앞에 세 명의 직원이 서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한 명은 계산을 하고, 다른 한 명은 소포장을 했으며, 마지막 한 명은 큰 봉투에 담아 주었다. 시장조사 후 찾은 커피숍에서도 네 명의 직원이 주문을 받고 음료를 만들고 계산하고 있었다. 직원은 업무 부담이 적고, 손님은 기다림 없이 서비스를 받을 수 있으니 모두 웃는 얼굴이다.
OECD가 지적했듯 우리나라의 노동시간은 세계 최고 수준이며, 생산성은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소득 하위 계층의 가처분소득 비중은 OECD 평균을 밑도는 등 소득 양극화는 상대적으로 심각한 수준이다. 노동시간보다 더 중요한 것은 노동강도다. 노동시간이 외연적 크기를 나타낸다면 노동강도는 내포적 크기를 말하는데, 우리의 경우 특히 소득 하위 계층의 노동강도가 심각한 수준인 것 같다.
하루 1000건의 우편물을 전해 줘야 하는 우체국 직원, 아파도 단 하루를 쉴 수 없는 택배기사, 언제나 졸음과 사투를 벌여야 하는 버스운전기사 등 반복적인 육체노동이나 서비스를 해야 하는 그들의 업무는 정상적인 체력과 정신력의 범주를 벗어나 있다. 감당하지 못하면 최소한의 임금을 보장받지 못하기 때문에 사고나 부상은 감수해야 한다. 소득 하위계층에만 노동시간과 강도가 집중되다 보니 생산성은 낮을 수 밖에 없다.
지난 2일 또다시 버스 운전기사의 졸음운전으로 안타까운 생명이 희생됐다. 동시에 지난 7월 졸음운전 사고를 낸 기사가 소속된 업체의 대표는 검찰의 영장 반려로 업무상 과실치사상과 공갈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운전기사의 잘못이야 변명의 여지가 없지만 그렇게 일을 하게 한 원인제공자에 대한 처벌은 지나치게 가볍다는 느낌이다.
논어에 ‘기소불욕 물시어인’(己所不欲 勿施於人)이라는 구절이 있다. 자신이 하기 싫거나 못하거나 하면 안 되는 것은, 남에게도 강요하거나 시키거나 권하지 않아야 한다.
/윤현석 정치부 부장 chad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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