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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양의무 판결

2017. 09.13. 00:00:00

가족 간에는 최소한의 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경제적으로 도와줘야 할 부양의무가 있다. 부모와 자식 간에 부양의무를 놓고 종종 다툼이 생기는데 법원의 판례를 보면 그 시대의 세태를 읽을 수 있다.
1935년 9월의 판결은 시집간 딸을 출가외인으로 치부하던 시절, 딸에 대한 아버지의 부양의무를 인정해 신선한 충격을 줬다. 3심인 경성고등법원은 남원에 사는 박 모 씨가 백만장자 아버지를 상대로 낸 부양료 청구 소송에서 아버지는 딸에게 매달 80원씩을 지불하라고 판결했다. 아버지가 사위를 박대해 딸의 가정을 파괴한 점도 감안한 결정이었다.
1994년에는 두 건의 판결이 세간의 관심을 모았다. 1월 서울가정법원의 “집 나온 노모에게 생활비를 지급하라”는 판결은 자식에게서 자발적인 부양을 기대할 수 없는 부모에게 부양받을 권리를 인정한 첫 판결이었다. 외아들 부부 집에 살던 김 모(67) 씨는 며느리와의 불화로 집을 나와 친척집을 전전하다 별거 비용을 청구했는데 법원은 주택 마련 비용과 매달 생활비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청상과부로 30년간 아들을 키워 온 노력을 인정한 것이다. 6월에는 서울고법이 생활 능력이 없는 부모를 모시는 것은 자식의 도리라며 부양에 든 돈을 요구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70대 노부부가 딸에게 맡긴 돈을 돌려달라고 하는데도 딸이 3년2개월간 부모 부양비로 썼다고 한 데 따른 판결이었다.
1998년 12월 대법원이 “30년간 어머니를 부양한 둘째 딸에게 상속을 더 줘야 한다”는 효도 상속권 첫 판결은 부양에 대한 대가를 공식적으로 인정해 눈길을 끌었다. 최근 미국 명문대생이 아버지에게 유학비를 달라고 제기한 소송에서 대법원이 “다 큰 성년은 안 줘도 된다”며 아버지의 손을 들어줬다. 아들은 “부모의 도움을 받아 살아가는 성년 자녀가 증가한 현실을 감안해 달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성년 자녀에 대한 부모의 부양의무는 자녀가 생활 능력이 없을 경우에 한정되고 유학비도 통상 생활비를 넘어섰다”고 판결했다. 성인이 돼도 부모에게 의존하고, 의존할 수밖에 없는 ‘캥거루 세대’를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장필수 전남본부장 bun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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