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茶兄의 향기 오롯이 … 김현승 작품 원본 만난다
시집 5권 영인본 발간 … 당시 인쇄기술·편집체계 등 담겨
16일 양림동 오웬기념각서 문학잔치 … 공연·학술발표도

2017. 09.13. 00:00:00

나는 이제야 내가 생각하던
영원의 먼 끝을 만지게 되었다.

그 끝에서 나는 눈을 비비고
비로소 나의 오랜 잠을 깬다.

내가 만지는 손끝에서
영원의 별들은 흩어져 빛을 잃지만,
내가 만지는 손끝에서
나는 내게로 오히려 더 가까이 다가오는
따뜻한 체온을 새로이 느낀다.
(‘절대고독’ 중에서)

불볕의 여름이 어느새 사라지고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 아침저녁으로 부는 바람에서는 제법 한기가 느껴진다. 열망으로 타올랐던 계절이 지나고 이제는 차분히 지나온 시간을 돌아볼 때이다.
가을이면 어김없이 다가오는 시인이 있다. ‘고독의 시인’ 다형 김현승. 한국 시단에서 지성적 서정시의 고전을 수립한 것으로 평가받는 다형은 고요한 찻물 같은 시인이다. 그의 시에는 깊이, 성찰, 맑음, 고요가 침잠돼 있다.
다형은 신성과 인간성 사이를 고민하면서도 인간의 내면에 천착했다. 또한 그는 말과 시와 삶의 일치를 몸소 보여주었다. 오늘날 많은 후배 문인들과 후학들은 그를 흠모하고 시를 즐겨 읽는다.
그러나, 정작 다형의 체취가 남아 있는 시집들은 찾아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가뭄에 콩나듯 대학도서관에 한두 권 비치돼 있거나, 개인 소장가들이 보관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러다보니 다형 문학을 연구하는 후학들이나 그의 시를 좋아하는 독자들이 원본을 접하기가 어려웠다.
다행히 최근 다형의 시집 전 5권이 영인본(사진)으로 발간돼 화제다. 다형김현승기념사업회(회장 장정식)에서 발간한 ‘김현승시집 전 5권 영인본’(한림)은 원본을 촬영해 복제를 한 작품집이다. 5권 외에 발간된 시집 ‘새벽교실’에는 숭실전문 시절 양주동 박사의 추천으로 동아일보에 게재하며 등단했던 시 ‘쓸쓸한 겨울 저녁이 올 때 당신들은’ 등 자연을 소재로 한 작품들이 담겼다.
사무국장을 맡고 있는 이춘배 시인은 “대학 도서관에 있는 고서들을 일일이 찾아 원본을 확인했다”며 발간의 어려움을 말했다.
영인본 5권은 1957년부터 1975년 즈음에 발행된 원본 작품집을 토대로 간행됐다. ‘김현승시초’, ‘옹호자의 노래’, ‘견고한 고독’, ‘절대 고독’, ‘마지막 지상에서’ 등 모두 5권이다. 책은 당시의 인쇄기술뿐 아니라 편집 체제를 엿볼 수 있게끔 원본과 똑같이 영인되었다. 60년대와 70년대 활발하게 창작활동을 전개했던 다형의 체취가 오롯이 담겨 있어 남다른 감회를 준다.
“제2시집 ‘옹호자의 노래’를 출간한 뒤, 5, 6년 동안에 써서 발표한 시편들 중에서 35편을 골라 이 시집을 엮었다. 경험으로나 연령으로나 내 일생에선 가장 중후한 시기에, 나는 이 시집에 형상화된 언어를 통하여 생명의 내부를 내가 체득한 진실대로 이야기 하고자 하였다. 산다는 것 그 자체가 내게는 즐거움이 아니라, 근심이며 하나의 심각한 병이다.”(‘견고한 고독’ 후기에서)
시집 전 5권 영인본 발간을 기념해 2017다형문학잔치가 열린다.
16일 오후 2시 양림동 오웬기념각에서 열리는 다형문학잔치에는 영상물 상영, 다형시 감상, 시음악 공연, 학술발표 등이 펼쳐진다.
식전행사로 다형 일대기 영상물이 상영된다. 영상물을 통해 시인으로서의 삶, 교육자로서의 삶, 자연인으로서의 다형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1부 기념식에서는 장정식 기념사업회장의 인사말과 임원식 광주문인협회장, 박주선 국회부의장, 장병완 국회의원, 최영호 광주 남구청장의 축사 및 환영사가 예정돼 있다.
2부 ‘다형시 감상’에서는 시낭송과 시음악이 펼쳐진다. 다형시낭송회 송경덕, 장진규, 정혜숙, 김수하, 김용길, 장영숙 회원이 ‘꿈을 생각하며’ 등 다형의 시를 들려준다.
이어 테너 박현은 ‘가을의 기도’(안정준 곡)를 선사한다. 또한 테너 박현, 소프라도 박성경, 바리톤 이건이 ‘푸니쿠니푸니쿨라’와 ‘젊은 그대’를 부른다.
마지막 3부 학술발표회는 시인인 손광은 전남대 명예교수가 ‘다형 시집 5권에 흐르는 시정신의 변위’에 대해 발표를 한다. 손 교수는 “다형은 서양의 주지적이며 지성적인 특성과 동양적 신비주의와 선비정신을 융합해 한국적인 서정을 구축했다”고 평했다.
/박성천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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