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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예쁜 아이를 잃은 뒤 웃음도 잃었다
[스쿨존 어린 생명을 지키자] <상> 가족들의 고통

2017. 09.12. 00:00:00

스쿨존서 질주하는 트럭

11일 오후 광주시 북구의 한 초등학교 앞에서 자동차들이 어린이 보호구역을 무시한 채 빠른 속도로 지나가고 있다. 해당 도로에서는 지난 6월 이 학교 1학년 여학생이 교통사고로 숨졌다. /김진수기자 jeans@kwangju.co.kr

광주지역 어린이교통사고가 심각한 수준이다. 특히 광주에서 교통사고로 숨진 어린이는 지난 3년간 매년 1명 수준이었으나, 올해는 상반기에만 4명의 어린생명이 목숨을 잃었다.
최근 4년간 광주지역 학교 앞 스쿨존 내 교통사고도 85건이나 발생해 어린이 2명이 숨지고 87명이 부상을 입었다. 전남지역도 같은 기간 모두 85건(101명 부상)의 스쿨존 교통사고가 발생하는 등 어린이 교통사고가 심각한 상황이다.
어린이교통사고는 한집안의 웃음을 잃게 하고, 남은 가족의 평온한 삶을 영원히 깨뜨린다는 점에서 그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광주시와 전남도, 광주시·전남도교육청, 광주·전남경찰청 등은 매년 신학기만 되면 ‘어린이 보호구역 교통안전캠페인’ 등을 펼치고 있지만, 사실상 ‘보여주기식 행사’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는 교통교육 등은 이뤄지지 않고 어른중심의 형식적인 캠페인만 반복되다보니, 어린이교통사고 발생건수가 줄기는커녕 되레 늘어나고 있어서다.

#1.올해 광주시 북구의 한 초등학교에 입학한 A(7)양은 친구들과 잘 어울리는 밝은 성격을 가진 예쁜 아이였다. 부모들도 학교생활을 잘하는 딸이 대견하고 사랑스러웠다고 한다.
하지만, A양은 지난 6월 15일 오후 2시 30분께 학교 앞 어린이보호구역 도로를 건너다 전모(43)씨의 승용차에 치여 부모의 곁을 떠났다.
당시 운전자는 학교 앞 신호등이 없는 사거리에서 횡단보도(왕복 2차선)를 뛰어 건너가던 A양을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사고를 낸 것으로 조사됐다.
이날 사고로 A양 가족의 행복한 삶도 사라졌다. 사고를 받아들이지 못한 부모는 차마 딸의 물건을 치우지 못하고 눈물로 지새우는 날들이 많아졌다. 같은 반 친구들이 꽃다발, 편지 등을 딸의 자리에 놓아두며 추모한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도 고마움보다는 슬픔이 먼저 다가왔다.
더 큰 문제는 같은 학교에 다니던 한 살 위 오빠(8)였다. 등·하교 때 마다 A양이 사고를 당한 지점을 지나는 오빠는 매일 “무섭다”며 엄마 품을 파고들었다. 결국, A양 가족은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했고, 오빠도 정든 친구들과 헤어졌다.
A양 사망사고 후에도 사고 장소에는 예산 등을 이유로 ‘스쿨존 불법 주정차 금지 현수막’만 매달려 있을 뿐, 과속·불법주정차 단속 카메라 등은 설치되지 않고 있다.
#2.손자 B(9)군은 할머니 C(60)에게 목숨보다도 소중한 존재였다. 가정생활에 불화가 있었던 아들 내외가 갈라선 뒤 B군은 줄곧 할머니 품 안에서 컸다.
혼자 살던 C씨에게 손자 B군은 유일하게 웃음을 주는 위안거리이자 사랑스러운 가족이었다. C씨는 어려운 형편에도 소식이 끊겨 생사를 모르는 아들을 대신해 B군에게만은 부족함 없이 정성을 쏟았다고 한다.
B군의 학교에서도 C씨의 손자 사랑은 유명했다. 각종 행사 때마다 혹시라도 손자가 주눅이 들까봐 발벗고 나섰고, B군이 친구들과 놀다 늦게 집에 오는 날에는 어김없이 운동장 언저리에서 C씨가 기다리고 있었다.
극진한 할머니 보살핌 속에서 자란 B군은 그늘진 모습 없이 쾌활한 성격으로 선생님들과 주위 친구들에게 인기가 좋았다. 야구선수가 꿈이었던 B군은 학교 내 동아리 활동도 적극적이었다고 한다.
이들 가족에 비극이 찾아온 건 어린이날을 며칠 앞둔 지난 5월 1일. 친구와 놀다 귀가하던 B군은 아파트 단지 안에서 승용차에 치여 세상을 떠났다. 이후 할머니는 한 달여 동안 넋을 놓은 듯 학교 근처를 서성거리고, 손자와 닮은 아이를 보면 얼굴을 확인하는 일을 반복했다고 한다. 세상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B군 사고가 잊힐 무렵, 할머니의 외출 횟수도 부쩍 줄어들었다. 그리고 언제부턴가 아예 할머니의 모습을 볼 수가 없었다.
숨진 B군이 다니던 학교의 한 교사는 “아이들이 교통사고로 죽으면 그 부모나 가족이 어떻게 제대로 된 삶을 살아가겠느냐”면서 “요즘도 학교 앞이나 아파트 단지 내에서 난폭하게 지나가는 차들 때문에 놀란 가슴을 쓸어내린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저들도 가족 중에 아이들이 있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때면 섬뜩한 기분마저 느껴진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김용희기자 kimy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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