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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소 인간’

2017. 09.07. 00:00:00

노벨상을 발표할 때쯤이면 또 하나의 상이 주목을 받는다. 1991년 제정한 ‘이그 노벨상’(Ignobel Prize)이다. ‘불명예스러운’이라는 뜻의 ‘이그노블’(ignoble)과 ‘노벨’(Nobel)의 합성어로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업적’을 이룬 사람에게 주는 상이다.
미국 유머 과학잡지 ‘기발한 연구 연감’이 제정한 수상자의 업적은 ‘발의 악취의 합성 과정’(의학상), ‘욕설 시 고통을 덜 느낀다는 연구 결과’(평화상) 등 상 제정의 취지 그대로 ‘누구도’ 생각지 못한 업적이다. 약 3000쌍을 합동 결혼시킨 문선명 통일교 교주는 경제학상을 받기도 했다.
지난 2016년 수상 목록에선 생물학상 수상자가 눈에 띄었다. 알프스 산속에서 염소처럼 살아 보기 위해 염소 다리와 유사한 보철물까지 만들어 착용하고 사흘을 보낸 영국 남자였다. 이 남자는 무슨 생각으로 염소가 되려 한 걸까.
자세한 내용을 알 수 없어 아쉬웠던 차 올 초 그의 체험담을 담은 책 ‘염소가 된 인간 -나는 어떻게 인간의 삶으로부터 자유로워졌는가’(책세상 간)가 출간됐다. ‘잘나가던’ 영국 디자이너 토마스 트웨이츠가 그 주인공이다. 그는 슬럼프에 빠진 이후 인간으로 사는 건 너무 피곤하다며 근심·후회·스트레스가 없는 염소가 돼 살아 보기로 하고 실행에 옮긴다.
지난 4일 미리 둘러본 광주디자인비엔날레 전시장에서 바로 그 ‘염소 인간’을 만나 깜짝 놀랐다. 전시에서는 대학에서 생물학을 전공한 그가 신경과학자, 동물행동학자, 수의사, 의수족 제작자 등에게 자문해서 제작하고 실제 사용했던 3개의 장치를 만날 수 있다. 그는 인공 다리는 물론 풀을 소화시키는 인공 반추위까지 제작했다.
너무 궁금했던 ‘실물’을 보니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 낸 그의 엉뚱함이 더욱 대단해 보였다. ‘네 발’로 걷고, 풀을 뜯어 먹으며 염소가 자신을 어떻게 바라볼까 걱정하는 인간이라…. 우리가 직접 그처럼 염소가 돼 볼 수는 없지만 프로젝트 진행 과정을 기록한 ‘영상 작품’을 통해 간접 체험은 가능하다.
‘염소 인간’은 틀림없이 당신에게 흥미로운 자극을 줄 것이다. 광주디자인비엔날레는 ‘미래들’(FUTURES)을 주제로 8일부터 10월 23일까지 열린다.
/김미은 문화부장 me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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